사조그룹 '760억 투자' 약속, 함평군 속였나

입력 2011-09-0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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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가공 공장 설립 협약해놓고 인접 '화인코리아' 넘보며 발뺌

사조그룹이 지난해 말 전라남도 함평군과 맺은 760억원짜리 도계 및 육가공 공장 설립 투자협약이 사실상 무산된 것과 관련, 최근 불거진 화인코리아 헐값 인수 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5일 함평군과 업계에 따르면 사조그룹은 지난해 12월 전남도청에서 주진우 사조그룹회장과 박준영 전남도지사, 안병호 함평군수 등이 참석해 760억원을 들여 최신 도계설비와 계류장, 물류창고, 사료제조공장 등을 건립하기로 하는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사조그룹은 지금까지 사료공장을 제외한 핵심 사업 공장 설립절차를 밟지 않고 있으며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주진우 회장은 투자협약 직후 “이번 투자가 함평군의 지역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면서 “기존 육가공 사업과 연계해 사료사업, 축산업, 도축사업, 가공사업 등 사업구조를 수직계열화해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사조그룹이 투자협약을 이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도계설비와 계류장, 물류창고 등을 소유한 화인코리아의 담보채권을 사들이는 등의 인수 비용이 함평군에 대단위 단지를 새로 신축하는 비용 보다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사조그룹과 애드원플러스(그룹측이 우호회사라고 주장하는 기업)가 보유하고 있는 화인코리아의 담보채권은 총 300억여원 중 80~90억여원 가량이다.

여기에 농협 소유 채권을 변제 공탁한 153억원을 합쳐도 200억여원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함평군에 투자해야할 600억원 보다는 훨씬 적게 들어 사조측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육가공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700억원을 넘게 들여 함평군에 대단위 단지를 짓는 것보다 담보채권을 매입하는 것이 향후 화인코리아 인수에 훨씬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화인코리아 제2공장을 사조가 경매를 통해 사들이는 데 비용이 더 들어가더라도 육가공업은 사업 경험 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무작정 신규로 진입하는 것에 비해 기회비용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조그룹이 화인코리아 인수를 염두에 두고 함평군과의 투자협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이유 중에는 지리적 위치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인코리아 본사가 위치해있는 전남 나주는 함평과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어 교통과 주변 오리농장 등 사업을 하기 위한 기반 인프라도 비슷하다.

함평군과의 투자협약 포기는 부실기업 인수에 상당한 노하우가 있는 사조그룹의 과거 M&A 경력도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그만큼 화인코리아에 대한 인수에 자신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조그룹은 2007년 오양수산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당시 자산 5100억원의 회사를 126억원에 사들였다. 올해만 해도 ‘우림’ 등 소규모 부실 육가공업체 일부를 경매로 낙찰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사조가 소규모 육가공업체에 대한 무차별적 M&A에 나서면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함평군 투자협약이 사실상 물건너간 것도 이러한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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