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발 재정위기가 다시 글로벌 증시를 때리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함에 따라 재정위기를 겪는 남유럽 국가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재점화 조짐에다 미국·유럽 국가들의 긴축으로 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금융시장은 5일(현지시간) 요동쳤다.
이날 뉴욕증시가 노동절을 맞아 휴장하는 가운데 유럽증시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영국 런던증시의 FTSE100지수는 3.58% 급락한 5102.58을 기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의 DAX30지수는 5.28% 내린 5246.18을,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는 4.73% 빠진 2999.54로 각각 거래를 마쳤다.
특히 프랑크푸르트증시는 장중 6%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으며 다른 유럽 국가의 주요 지수들도 4~5% 일제히 주저앉았다.
채권시장도 출렁였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금리는 다시 치솟았다.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27bp(1bp=0.01%) 상승한 5.56%를 기록, 2년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다.
스페인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14bp 오른 5.26%를 나타냈다.
반면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투자자들이 몰리며 사상 최저인 1.85%로 추락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유로존 위기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며 유로화가 약세를 보였다.
런던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는 장중 1.4061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달 5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은 전일 치러진 독일 메클렌부르크 주 의회 선거에서 또다시 패배하는 수모를 겪었다.
기민당은 지난 3월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 58년 만에 처음으로 집권에 실패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6번의 지방선거에서 모두 패배했다.
이번 선거 공식집계에 따르면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이 35.7%로 최다 득표한 반면, 기민당은 23.3%의 득표율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집권 연정의 참패가 메르켈 연정의 정책에 대한 독일 내부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그리스 등 유로존 위기 국가에 대한 지원 확대와 지난 3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정권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공습 결정 기권이 독일 내부의 불만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2013년 총선을 앞둔 메르켈 연정은 오는 18일 베를린시 선거에서도 사민당에 패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기민당의 선거 패배에 대해 “모든 지방의회 선거를 예비 총선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결과가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선거구 경계를 나누는 것 등 지역적인 요인이 작용한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모든 지방의회 선거를 예비 총선처럼 생각한다면 우리는 연방 의회 차원에서 아무런 결정도 내릴 수 없을 것”이라며 선거 결과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독일 헌법재판소가 7일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에 대한 독일 정부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는 소식도 시장에 불안감을 더했다.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번주 프랑스에 모여 남유럽 재정위기와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