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국내증시엔 왜 비관론자 없나

입력 2011-09-06 11:30 수정 2011-09-0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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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증권부 총괄 팀장

최근 글로벌 경제가 유럽발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2013년쯤에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m)’이 현실화 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퍼펙트 스톰은 개별적으로 보면 위력이 크지 않은 태풍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내는 현상을 말한다. 원래 기상용어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 가치하락과 유가·곡물가격 급등에 물가상승이 겹치면서 경제용어로 발전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루비니 교수가 세계 경제 재 침체를 의미하는 말로 자주 사용하면서 하나의 경제용어로 자리 잡았다.

1987년 미국 ‘블랙먼데이’을 예측했던 대표적 비관론자인 월스트리트의 투자전문가 마크파버도 미국과 유럽 경제가 앞으로 10년간 저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루비니나 파버 같이 대표적 비관론자로서 월가의 ‘닥터 둠(Dr. Doom·경제비관론자)’으로 불리고 있는 이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현재 세계 경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루비니 교수나 파버 같은 비관론자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증시의 대표적 비관론자로서 김영익 창의투자자문 리서치&마케팅 대표와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알파운용본부장(상무),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등이 꼽혔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서 이들 비관론자들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대표적 비관론자로 꼽을 수 있는 인물이 주식시장에서 주류가 아닌 아웃사이더로 전락하는 모습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언한 미국 뉴욕대의 나심 탈레브 교수가 쓴 베스트셀러 ‘블랙스완(Black Swan·검은백조)’에서 소수의 의견에 대해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역설했다.

블랙스완은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예상치 못한 큰 사건이 실제로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소수의견을 무시하지 않는다면 블랙스완을 예상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탈레브 교수는 말한다. 그만큼 긍정론자들만 득실하고 있는 국내증시에서 소수의 비관론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서 소수의 비관론자가 살아남기에는 척박한 환경이다. 투자자들의 항의에 시달려야하고 소속 증권회사의 이익 상충 문제와도 충돌해야 한다.

또한 기업의 압박에 버텨야하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예측이 빗나갈 때 모든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 해 심적 고통이 상당하다.

예전에 국내증시 대표적 비관론자로 통했던 한 전문가가 “무조건 증시를 비관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지표와 논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비관론이 나오게 된다”며 “예측이 빗나가더라도 비관론자들이 왜 그런 예측을 했는지에 대한 논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 증시가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루비나나 파버 같은 비관론자가 나와야 한다. 현재와 같은 냉대 속에서 과연 블랙스완을 예측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비관론자가 탄생할지는 회의적이지만. 먼저 증시전문가들이 책임과 직업윤리를 갖고 비관론이든 긍정론이든 자신의 신념을 꼿꼿이 지켜나가 보는 것은 어떨까. 책임과 직업윤리가 없는 애널리스트는 자본의 탐욕에 악마에게 영혼을 판 계략자에 불과할 뿐이다.

투자자들도 비관론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보다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가 무엇인지 곰곰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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