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만에 꺼진 ‘安風’ 더 매서워진다

입력 2011-09-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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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후보 급부상… 여론조사서 박근혜 앞서 박원순 운명은 안철수의 지원 여부에 달려 서울시정 구상 없이 “여론만 떠봤다”는 지적도

여의도 정가를 들었다 놨다 한 안철수 돌풍이 닷새 만에 사그라지나 싶더니 더욱 매서워 지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포기하고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지지를 선언한 이후 오히려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제는 대권주자로서 지지율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까지 위협하고 있다. 굳이 대권에 나서지 않더라도 그의 ‘존재’만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안 원장을 대신해 야권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박 이사의 경우 개인적인 지지율은 5% 남짓으로 파괴력이 크지 않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데다 향후 안 원장이 지원에 나설 경우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한편에선 안 원장의 닷새 간 행보를 두고 기획된 시나리오 인지 여부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등 부정적 시각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안철수 대권후보 지지율 박근혜 앞서 = 서울시장 보선 불출마 선언 이후 안 원장의 인기는 더욱 상승곡선을 타는 분위기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해준다. 모노리서치가 6일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후보 양자 가상대결에서 안 원장이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42.4%의 지지를 얻어 박 전 대표(40.5%)를 오차범위(±2.94%p) 내에서 제쳤다. 같은 날 리얼미터 조서에서도 안 원장은 43.2%로 40.6%를 얻은 박 전 대표를 근소하게 앞섰다. 최근 3년 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다른 후보에 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박원순 운명 안철수 좌지우지 = 박 이사의 지지율은 5% 남짓하다. 앞으로 안 원장이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돕는지 여부가 박 이사의 운명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의 움직임은 ‘비주얼(시각)’이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안 원장이 선거 때까지 어떤 식으로든 박 이사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박 이사의 인기도 상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 원장은 “공무원 신분이라 선거운동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상 국립대라 할지라도 총장이나 교수는 선거운동이 가능하다는 게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이어서 안 원장이 선거에 관여할 수 있는 길은 열려있다.

◇ 안철수 행보 정당성 도마 위로 = 안 원장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만만치않다. 여권에선 ‘각본 있는 드라마’로 평가한다. 이범래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은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원장은 이미 철저하게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였다”고 했고, 친박근혜계인 이성헌 의원은 “이제는 대권으로 향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이라면 진정성이 결여된 ‘정치적 쇼’로 비춰질 수 있다.

시나리오가 없었다고 해도 여전히 비판의 소지는 남는다. 서울시장직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좌우하는,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다. 하지만 안 원장의 최근 행보로 봤을 때 서울시의 비전과 발전을 위한 정책적 구상이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구심을 낳는다. 기성 정치에 질린 대중들의 관심을 일순간 사로잡으며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감만을 한껏 심어놓은 채 무책임하게 시장출마를 포기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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