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위아가 제작하는 76㎜ 함포가 이탈리아 군수업체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이두형 부장판사)는 이탈리아 군수업체 오토 멜라라 에스피에이가 현대위아를 상대로 낸 영업비밀침해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핵심부품에 구현된 독자적 기술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76㎜ 함포의 영업비밀로 특정됐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위아가 개발한 76㎜ 함포는 에스피에이의 것과 달리 스텔스 기능이 추가되고 디지털 제어방식이 도입됐으며 발사속도나 가속도 등에서 상당한 성능향상이 이뤄졌다"며 "에스피에이의 함포 기술이 기계공학 서적이나 인터넷 등에 일부 공개된 점을 고려하면 현대위아가 대여받은 함포를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함포를 만들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에스피에이는 1975년 우리나라와 76㎜ 해군 함포를 제작·판매하는 계약을 처음 체결한 이후 수십문을 판매해왔다.
현대위아는 2001년 76㎜ 함포의 국내 자체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국방부의 승인을 받은 뒤 다음해 해군이 유휴장비로 보관하고 있던 에스피에이의 76㎜ 함포 1문을 견본품으로 무상대여받았다.
에스피에이는 함포 대여사실을 알게 되자 현대위아가 함포 견본을 통해 역설계를 하고 있다며 현대위아를 상대로 유사함포 개발행위를 중지하라는 소송을 지난해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