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강세를 지속해온 신흥국 통화에도 매도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
유로존의 채무위기가 세계적인 경기 둔화를 초래하면서 고성장을 이뤄온 신흥국 경제에까지 파급하는 양상이다.
브라질의 헤알과 멕시코의 페소 등 지금까지 강세를 이어온 통화들은 지난 9일(현지시간) 1년래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지난 9일 “8월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키로 했지만 성장 전망 악화와 인플레 압력 저하로 향후 금리 인하 여지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달러당 페소 가치는 12.6910페소로 1년만의 최저치인 13페소에 근접했다.
멕시코는 미국에 가장 인접한 국가로 경제 관계도 돈독해 미국의 경기가 둔화할 경우 치명상이 예상된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달 말, 세계 경제 둔화를 지적하고, 기준 금리를 12%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이 영향으로 9일 헤알은 달러당 1.6557헤알로 1년만의 최저치인 1.7396헤알에 바짝 다가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흥국 중앙은행이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조되면서 해당국 통화에도 매도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금리를 인하할 경우 달러 등 저금리 선진국 통화에 대해 신흥국 통화가 갖고 있던 매력이 줄게 된다.
투자가와 애널리스트 역시 전례없이 신중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노무라의 토니 볼폰 스트래티지스트는 “단기적으로 그리스의 디폴트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리먼형 쇼크가 발생해 2008년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며 “사람들은 이같은 리스크를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만의 윈 신 스트래티지스트는 “신흥국의 중앙은행은 결국 모두 금리를 내릴 것”이라며 “대부분의 금리 인하는 내년께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해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일어나면 신흥국 통화와 주식이 가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9일 금융시장에서 그리스가 주말에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라는 루머가 떠돌았다. 그리스 정부는 디폴트 선언 계획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의 에우르겐 슈타르크 이사의 사임은 가뜩이나 유로존 우려로 예민한 투자심리를 한층 위축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