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부회장 취임 1년, '독한 DNA' 체질개선 얼마나…

입력 2011-09-1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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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R&D 투자 강화로 재도약 발판…스마트폰 품질·자율적 조직문화 구축은 숙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1'에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LG전자 만의 독한 DNA를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독하지 않으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뿐더러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위기에 빠진 회사를 재건하기 어렵다는 구 부회장의 의지의 표현이었다.

오는 17일이면 구 부회장이 남용 부회장의 뒤를 이어 LG전자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지 꼭 1년이 된다. 구 부회장은 품질과 조직문화 개선 등을 취임일성으로 내걸고 체질강화와 장기적 발전을 위한 준비에 초점을 맞추고 강한 LG전자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이같은 구 부회장의 개혁 드라이브는 각 사업부문에서 실적이 개선되는 성과를 나타냈으며, 특히 위기의 주범으로 꼽힌 휴대전화사업에사도 적자 규모가 줄어드는 등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삼성전자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미미하고 조직문화 혁신도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CEO라도 취임 1년 만에 회사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며 “취임 초기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다졌다면 이제 재도약을 위한 본격적인 실행에 나서는 등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체질개선 초석 다지기 성공적 평가= 구 부회장은 취임 직후 고품질을 바탕으로 한 사업부 중심의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 인재 발굴과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했다.

핵심 인재 육성을 위해 역량과 성과가 뛰어난 R&D 및 전문직군 인력을 임원급으로 대우하는 ‘연구·전문위원 제도’를 품질, 생산기술, 상품기획 분야로 확대하는 등 인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LG전자는 지난 2분기 매출 14조3851억원, 영업이익 158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2%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25% 늘어났다.

특히 LG전자가 주력사업인 HE사업부문은 매출 5조4199억원, 영업이익 90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4배 가까이 높아졌다.

구 부회장은 하지만 현재 사업외에도 미래 성장동력 사업 육성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LS엠트론 공조시스템 사업 부문을 인수해 종합 공조 및 에너지 솔루션업체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지난달에는 수처리 전문업체인 대우엔텍을 인수, 종합 수처리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는 역량을 갖췄다.

◇ 품질·자율적 조직문화는 아직 미흡=구 부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품질과 자율과 창의의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옵티머스큐를 비롯한 옵티머스원, 옵티머스2X 등 스마트폰의 잇따른 제품 결함이 나타나면서 구 부회장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품질과 함께 가장 강조했던 자율과 창의의 조직문화 구축도 아직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최근 LG전자 선임연구원이 퇴사하면서 구 부회장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LG전자의 상명하복(上命下服)식 조직문화가 혁신을 하기 어렵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혁신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문화 속에서 가능하지만 LG전자는 그렇지 못하다”며 “또 상부에서 의견이 있더라도 의사결정과정에서는 반드시 관련자들이 이해하고 필요한 경우 반박도 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며 LG전자의 조직문화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구 부회장 취임 이전의 문제들이 최근 나타나는 것이라고 평가하지만 구 부회장에게는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구 부회장은 LG전자를 포함한 그룹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당장의 성과도 나타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모두 안고 있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LG전자가 그룹 실적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점과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책임감이 다른 계열사 CEO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LG전자의 성패가 그룹의 성패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취임 2년째부터는 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위한 경영전략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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