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미FTA, 이제 결단할 때다

입력 2011-09-16 08:31 수정 2011-09-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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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인가. 정쟁의 연속인가. 정치권이 4년을 넘게 끌어온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에 답할 차례에 직면했다.

미 의회는 7일 일반특혜관세제도(GSP) 연장안을 민주·공화, 양당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FTA 최종 비준을 위한 암초 하나를 넘었다. 남은 관건은 FTA로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분야와 근로자를 지원키 위한 무역조정지원제도(TAA) 연장 여부다. 이미 이들 법안이 패키지로 묶여 있는 만큼 이변이 없는 한 FTA 비준은 순항할 가능성이 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2일 “연내 의회에서 비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데 이어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14일 “FTA 이행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양당이 합의했다”고 자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론 커크 무역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오는 11월 APEC 정상회의 이전에 처리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경제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를 찾기 위한 미 재계와 국민 여론앞에 정파 이익이 무릎 꿇고 말았다. 물론 미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투영됨과 동시에 의회 설득 작업도 한몫 했다.

미국이 이처럼 한미FTA 비준을 서두르고 있지만 우리 정치권은 여전히 정쟁의 벽에 갇혀 있다. 비준안에 마침표를 찍어줘야 할 국회는 손익계산서를 손에 쥔 채 표 계산에 여념이 없다. 자당의 이해가 국익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민주당은 핑계로 내세웠던 미 의회 일정과의 연계가 본격화 됐음에도 “아직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았다”며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상정을 막겠다는 태세다. 지난 1일 자당 송민순 의원이 제안한 중재안에 대한 여야 합의도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당의 모태인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사활을 걸었던 한미FTA를 뒤집은 것도 모자라 양국간 심대한 무역 갈등을 초래할 ‘10+2 재재협상안’만을 고집하고 있다.

당내 강경파들이 주장해 온‘이익균형의 붕괴’주장 역시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0개 국책연구기관들이 분석한 자료(한미 FTA 경제적 효과 재분석)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주요 논거로 사용되는 자동차 분야의 경우 연간 대미 흑자 규모가 52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추가 협상 전보다 573억원 줄어 일부 민주당 주장에 타당성이 있어 보이지만 FTA가 지연됨에 따라 발생하는 기회비용의 손실은 간과됐다. 특히 관세 철폐라는 날개는 주요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과의 샌드위치를 방지할 예방책이란 게 업계의 일관된 목소리다.

한나라당 역시 이제 내부 혼선을 접고 국익을 위한 집권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간 인기만을 의식한 개인플레이로 제 각각의 목소리가 돌출되면서 재계와 국민 원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음을 뼈저리게 상기해야 한다. 정국 파행이 몰고 올 두려움 앞에 정치생명을 걸고 당당히 맞서야 할 책임감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나마 국회 외통위원장인 남경필 의원이 15일 “오는 21일 전 비준안을 상정해야 한다”며 입장을 선회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여·야·정 협의체까지 구성하며 피해분야 대책에 매달린 것도,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인내로 존중해 온 것도 야당의 억지를 반박할 명분으로 작용 가능하다.

두려움에 문을 닫아걸기보다 세계시장에서 한판 대결을 해 보자는 도전정신만이 격화되는 무역전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늘 그랬듯 시장의 발목을 잡는 정치라는 명제가 이번만은 가설로 무너지길 학수고대해 본다. 도전을 두려워하는 자에겐 분명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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