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맥주시장에서 1996년 이후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하이트맥주가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오비맥주와의 시장점유율 차이가 7.38%로 격차가 한 자리수대로 좁혀진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1%대로 줄어들면서 맥주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 추세기 때문이다.
16일 하이트맥주에 따르면 올해 6월말까지 누적 시장점유율에서 하이트맥주는 50.86%, 오비맥주는 49.14%를 기록했다. 1위와 2위간 격차가 1.72% 포인트 차로 오비맥주로서는 선두 탈환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난해 하이트와 오비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53.69%, 46.31%로 7.38% 포인트 차가 났다.
업계에서는 불과 6개월 사이 양사간 시장점유율 격차가 1% 포인트 대로 줄어든 이유로 하이트맥주의 경영진 교체와 통합작업에 따른 마케팅 공백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 4월 이장규 부회장이 물러나고 새 경영진이 들어섬과 동시에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통합 작업이 맞물리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업계관계자는 “당시 하이트와 진로 직원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 등으로 영업활동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그 시점에 경영진이 바뀌면서 영업과 마케팅 공백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맥주의 부진은 신제품 싸움에서도 갈렸다. 오비맥주가 올초 ‘OB골든라거’를 내놓으며 오비 브랜드를 알고 있는 올드층과 젊은층 모두에게 어필하며 단번에 시장점유율 5%대에 올려놓았다. 반면 하이트맥주의 ‘드라이피니시d’는 출시 이후 아직도 2%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오비맥주의 영업취약지역이었던 남부지방에서 판매가 두드러지며 시장점유율 싸움에 큰 기여를 했다는 후문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OB골든라거 출시 이후 광주광역시와 부산 등지에서 시장점유율이 월등히 올랐다”며 “신제품과 기존 카스의 판매가 호조를 띄며 전반적으로 상승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오비맥주는 하반기 들어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호림 오비맥주 대표는 상반기 판매실적을 보고 받은 회의 자리에서 “시장점유율 조금 오르거나 내렸다고 일희일비 하지 말자”며 “연말까지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맡은 역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