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전사태로 인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에 대한 사퇴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그 이면에는 정치권의 또 다른 정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야권은 차치하더라도 여권에서조차 최 장관 경질을 앞 다퉈 주장하는 건 ‘문책’을 통해 악화된 민심을 보듬는 계기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잘못된 건 따져야 하지만 여론눈치만 보는 건 여당으로서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라며 “최 장관이 선거 희생양이 되는 듯한 모습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 야권후보에 밀려 서울시장 보선 전망이 어두운 여권은 국면전환을 위해 최 장관을 더욱 압박하는 형국이다.
이 대통령이 16일 한국전력을 불시 방문한 자리에서 책임을 강하게 따진데 이어 이재오 특임장관은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최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장관은 조만간 한나라당으로의 복귀가 예정돼있는데다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만큼 민감한 여론에 보조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최 장관의 입장발표에 앞서 청와대에서도 최 장관에게 ‘도의적 책임’을 압박했으며, 한나라당에서도 여러 의원들이 최 장관의 사퇴를 재촉해왔다.
이에 대해 국회 지식경제위 소속 한 재선 의원은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우는 게 우선이지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그런다고 보수에 등 돌린 민심이 돌아오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