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기업 이사회의 고령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헤드헌팅업체 스펜서스튜어트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S&P500 기업 이사의 평균 연령은 62세로 지난 2000년에 비해 2살 더 늘었다.
S&P500 기업 이사들 중 69세 이상의 비중은 지난 2002년의 9.8%에서 현재 15%선으로 뛰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특히 이사들의 나이가 많다.
버핏(81세)과 찰스 멍거(87세) 부회장 등 80세를 넘는 이사들이 전체 이사회 멤버 12명 중 절반을 차지해 평균 연령이 70세에 달했다.
버크셔 이사회에 팔순 노인들이 많은 것은 버핏이 기본적으로 정년퇴직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그는 이사회 이사뿐 아니라 경영진들에게도 일반적인 정년 퇴임시기인 65세를 넘어서도 일할 것을 독려했다.
버핏은 지난 2003년 70세의 존 홀랜드가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버크셔 자회사인 여성 의류업체 프룻오브더룸에 복귀하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프 이사진도 비교적 나이가 많다는 평가다.
머독과 토머스 퍼킨스가 80세며 케네스 카울리가 76세, 아서 시스킨드가 72세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 교직원 연금의 앤 시한 이사는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경영진이 (젊은 피를 수혈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점을 확신시키기 위해 이사회 멤버들의 임기나 나이를 제한한다”고 평가했다.
뉴스코프는 이사진 교체로 분위기 쇄신을 꾀하고 있다.
퍼킨스 이사는 다음달 이사회 선거에서 사임할 뜻을 밝히면서 “이사회에 80대가 2명 이상 있는 것은 적정한 지배구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울리도 퍼킨스와 동반 사퇴할 예정이다.
머독은 실리콘밸리의 저명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제임스 브레이어를 새 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브레이어는 월마트와 페이스북 이사도 맡고 있으며 나이는 50세에 불과하다.
버핏도 슬슬 은퇴를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워런 버핏은 지난 12일 헤지펀드 매니저인 50세의 테드 웨쉴러를 영입하면서 “나는 은퇴할 때까지 대부분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버핏 평전을 썼던 앤드류 킬패트릭은 “버핏이 ‘은퇴’라는 단어를 쓴 것을 처음 봤다”면서 “그의 사전에 ‘은퇴’란 말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