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시대 다시 오나

입력 2011-09-20 10:17 수정 2011-09-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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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위기 악화로 안전자산 선호심리 확산달러 명목 실효환율, 7개월만에 최고

달러의 반격이 시작된 것인가.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의 재정위기 악화로 달러 강세가 힘을 받고 있다.

달러의 명목실효환율은 지난주 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8월 초 대비 달러 상승률은 4.06%에 달해, 3.73%인 엔의 상승률을 웃돌았다.

그리스의 디폴트 임박설이 나도는 등 유럽의 재정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유럽과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내 달러로 갈아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엔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닛케이통화인덱스(2008년=100)에서 엔에 대한 달러 가치는 지난 13일 98.63엔으로, 2월16일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후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최근 유로와 신흥국 통화에 대해 달러 매수세가 강해지는 양상이다.

엔은 지난달 19일 달러에 대해 사상최고치인 달러당 75.95엔을 기록한 이후 달러당 76~77엔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19일(현지시간) 달러는 엔을 제외한 모든 통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냈다.

20~21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를 앞두고 경기부양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다.

연준은 이번 FOMC에서 새로운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장기채권을 사는 대신 단기채권을 파는 것으로 통화 공급량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장기 금리는 내리고 단기 금리는 올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날 미 채권시장에서 2년만기 미 국채수익률은 0.15%로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지난 주말 열린 유럽 재무장관 회의에서 역내 채무위기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으면서 유로에 적극적인 매도세가 유입된 것도 달러 가치를 끌어올렸다.

지난 7~8월 달러가 약세를 면치 못할 때와는 정반대 현상이다.

7월에는 미국의 채무한도 증액을 둘러싼 미 여야의 대립이 장기화하면서 달러 투매 현상이 일었고, 달러의 명목 실효환율은 1995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8월 초 미 채무한도 증액 법안이 통과되는 한편 유럽에서는 같은 달 하순 그리스 등 중채무국의 재정위기가 심각해졌다.

이에 따라 유럽 은행의 자금 조달에 대한 불안감에 각국 금융기관과 기업이 달러 확보를 서두르면서 달러 강세·유로 약세로 흐름이 바뀌었다.

고수익을 얻기 위해 주식과 상품, 신흥국 통화에 투자해 온 투자자들이 리스크 억제를 위해 달러로 자금을 돌리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SMBC닛코증권의 노지 마코토 수석 외환 투자전략가는 “유럽의 문제가 금융위기로 발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며 “달러 매수 움직임이 부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즈호증권의 스즈키 겐고 외환 투자전략가는 “이탈리아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고조돼 달러 매수로 연결되기 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이 급격히 바뀔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에는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줄이고 더블딥(이중침체)을 막기 위해서는 약달러를 통한 수출 증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년 재선을 위해 총력을 펼치고 있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역시 강달러로 부담을 받을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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