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2일(현지시간) 유로존 위기로 인한 유럽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아직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합동 연차총회 참석차 워싱턴 D.C.를 방문한 김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럽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자금 확충이 우선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유럽계 자금 이탈 현상과 관련해 “최근 주식시장에서 (유럽 자금이) 많이 나갔지만 채권시장은 변화가 없다”며 “한국 채권 시장에 다른 국가의 돈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2008년 금융위기와 상황이 다르다는 게 김 총재의 생각이다. 그는 “금융위기의 2008년과 다른 점은 (지금의 자금이탈이) 유럽의 국가에서 필요로 해서 빠져나가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경제) 전망이 나빠서 (자금이) 나가는 것이라면 우려되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대표적인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먼군도의 자금 4917억원이 빠져나갔다. 또 다른 조세회피지역 룩셈부르크의 자금도 2841억원이 이탈했다. 이들 자금은 대부분 헤지펀드와 역외펀드 자금으로 지난달에도 각각 1조120억원, 1조2630억원이 유출됐다. 두 곳은 유럽계 페이퍼컴퍼니가 가장 많이 등록돼 있는 곳으로 꼽힌다.
또한 김 총재는 원·달러 환율 급등과 관련해 “최근 환율이 오른 것은 (유럽 자금 이탈이라는) 특이성을 반영한 것”이라며 앞으로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그는 “최근 환율 급등이 물가 관리에는 부담이 된다”며 “(물가나 환율 전망을) 맞추느냐 못맞추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총재는 물가안정을 위해 무리한 경제정책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은의 4% 물가목표 달성과 관련해 “국제금융시장이 덜 불안해도 (정책을) 강하게 갈 수 있지만 지금은 강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물가안정을 위해) 경제에 무리를 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무조건 국내 물가 안정에만 집중할 경우 다른 부문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연내 추가 금리인상은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기준금리 이외의 다른 정책적 수단을 갖고 물가안정에 나서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김 총재 역시 “다른 정책수단은 기준금리보다 효과가 약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출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은행채에 대한 지급준비금 부과에 대해 “은행들이 예금에 대해 지급준비금을 부과하자 은행채 발행을 늘려 2004~2005년 5%던 은행채 비중이 지금은 19%에 달한다”면서 “위기에 대응하는 것인 만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럽은 2년 미만의 은행채에 2%, 장기 은행채에 0%의 지준을 부과하고 있다”며 “당장 부담이 된다면 0%의 지준을 적용하고 향후 경제가 위기 상황에 빠지면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위안화 채권 투자 확대에 대해선 “가변적인 상황이 많아 지금 자체로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 매입에 대해서는 “민간한 문제가 많아서 어느쪽으로도 얘기하기가 어렵다”며 “지금은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