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경남도지사의 차기 대선 출마 움직임이 전해지자 정치권이 숨죽인 채 긴장에 들어갔다.
김 지사는 그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이란 전제를 달았다. 상황 변화에 따른 일종의 수동적 자세였다. 도민의 열망으로 50년 만에 이룬 지역 정권교체에 대한 부담이 무엇보다 컸다는 게 측근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그런데 최근 출마 결심을 굳히고 사전 준비에 착수하는 등 능동적 자세로 선회했다. 손사래만 치기에는 주위의 강권이 너무도 직접적이었고 희생을 전제한 권력의지 또한 확고해졌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본지 22일자 4면 단독보도 참조)
22일 김 지사의 변화된 기류가 전해지자 여야 지도부를 포함, 유력주자들 진영은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아직은 가시화된 상황이 아니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김 지사가 몰고 올 변화를 감안해 밑그림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한나라당 친박계 한 핵심의원은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재차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올 것이 온 것 아니겠느냐”며 “문재인에, 안철수에, 김두관까지 머릿속은 한층 복잡해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의 대중성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영남의 친박계 중진의원은 “문재인과 김두관의 결합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며 “만약 두 사람이 사전 교감을 갖고 일을 진행하는 거라면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이미 박근혜 대세론은 흔들리고 있다. 안도해선 안 된다”면서 “야권이 경쟁구도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한데 모을 수 있는데 반해 우리는 (경쟁이) 너무도 취약하다”고 말했다.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기자에게 “문재인, 김두관 등 PK(부산·경남) 인사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말해왔다”면서 “흔들리는 PK 정서를 능동적으로 대변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수도권 인사보다는 표의 확장성이 훨씬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문재인 이사장에 비해 김 지사는 다양한 측면에서 여러 차례 검증을 거쳤다”면서 “당장 야권주자들의 지지도 순위가 뒤바뀌는 등 굉장히 큰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PK 민심을 결집시킬 수 있다면 판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승부를 걸겠다고 확신했다면 지사직까지 걸어야 하는데 한 템포 빠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