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이달들어 아시아국 통화 중 변동성 최고…'동네북' 전락 왜?

입력 2011-09-2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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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따라 국내 금융사까지 달러 사재기

정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원화에 자신감이 있었다. 증시에 비해 변동폭이 크지 않아 과거처럼 급변동하진 않을 것이라 자신했다.

실제 지난달 원화의 변동성은 0.48%로 싱가폴 달러(0.72%), 일본 엔(0.67%)에 비해 크게 낮았다. 변동성은 전일 대비 변동률을 해당 기간에서 평균한 수치다. 높을수록 환율의 방향성을 점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코스피가 2172.31에서 1880.11로 13.50%나 하락한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는 지난달 초 외국인의 증시 순매도에도 “저가 매수 기회를 잡기 위해 대기하고 있어 환율이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말 기자와 만나 “크게 시장에 참여하지도 않았는데 원화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며 뿌듯해 하기도 했다.

◇원화 한달 만에 동네북으로= 상황은 한달만에 반전했다. 이달 들어 22일까지 원화는 아시아 신흥국 통화 중 변동성이 가장 높았다. 원화 변동성은 0.89%로 호주 달러(0.78%), 뉴질랜드 달러(0.66%)를 크게 앞섰다. 지난 14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새 102.50원이나 폭등했다.

외환당국의 “원화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자신감이 머쓱해진 셈이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최근 “요새 환율 때문에 걱정이다”며 지난달과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이 원화의 변동성이 커진 데는 무엇보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한 점이 꼽힌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센터장은 “금융시장이 해외에 완전 개방돼 있어 외국인들이 달러가 필요할 때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이용하기 더욱 좋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한국은 자금시장이 개방돼 있는데다 해외 자금 의존도가 높아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홍콩 외환시장 관계자는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역외를 통해 한국에서 달러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며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할 것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마련하는 측면도 있지만 환차익을 노린 사재기 성격도 강하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기관도 달러 사재기 나서며 변동성 부추겨= 원화값 급락(환율 상승)으로 가슴을 졸이는 건 우리나라 금융기관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달러를 빌리지 못해 하루짜리 달러 차입인 오버나이트 콜에 의존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외환당국 역시 “유동성을 확보하라”고 강조해 비차입성 외화 확보에 팔을 걷어 붙였다. 시중은행 딜러는 “은행뿐 아니라 각 금융기관들이 시장의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달러 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최근 환율 급등은 역외가 불을 붙였다면 우리나라 기관들이 부채질을 하고 있는 격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물가안정보다는 경상수지 흑자 유지 쪽으로 무게추를 옮긴 것 아니냐는 시장의 전망도 환율 급등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기 보다는 외환보유액을 아끼며 흑자를 유지해 실탄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재정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외환보유액을 관리하고 적정한 수준의 흑자를 중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추측에 힘을 싣는다.

조재성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이 급격히 이탈하게 된다면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현재 수준에서 과거 금융위기 때처럼 하루에 50억달러씩 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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