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 대비 서둘러야”

전문가들, 그리스 디폴트 기정사실화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이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의 수석이코노미스 브루스 카스만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연차총회의 한 토론회에서 “그리스는 파산상태다”며 “유럽연합(EU)은 아직 문제해결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카스만은 “유럽 정치 지도자들의 조율되지 않고 산발적인 반응이 역내 재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시장의 공포를 키웠다”며 “그리스 문제 해결에서 드러난 투명성 부족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강조했다.

소로스 펀드의 조지 소로스 회장은 같은 날 워싱턴에서 “그리스가 디폴트를 피하려면 모든 것을 해야한다”면서도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소로스 회장은 “금융시장을 확신시킨다는 관점에서 디폴트 가능성에 준비해 은행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로스 회장은 작년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가 발생한 이래 줄곧 그리스 디폴트 허용이 유로존의 바람직한 해결방안이라고 주장해왔다.

조세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IIF 연차총회 연설에서 “정책당국자들은 현상을 유지하는 대응을 넘어 유럽 통화통합·경제통합에 관한 근본적 문제를 다루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며 유로존 정책 당국의 적극적 행동을 주문했다.

반면 아커만 CEO는 “금융시장을 확신시킬 수 있는 적절한 방식으로 유로존의 결정들을 이행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참석한 베니젤로스 에반겔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전날 그리스 공영방송에 출연해 “그리스는 결코 디폴트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니젤로스 장관은 “유로존 당국자들이나 대표들이 한 모든 발언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두 가지 강력한 메시지가 있다”며 “그리스가 지금도 유로존에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지난 23일 여당인 사회당(PASOK) 의원 모임에서 “지난 7월21일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2차 지원 결정이 이행되도록 하는 데 의지가 단호하다”며 디폴트 설을 부인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그리스가 디폴트에 이를 것이라는) 많은 얘기들과 시나리오들이 있는 만큼 그리스의 결정은 정상회의 합의를 완결짓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1야당인 신민당(ND) 등 야권이 주장하는 조기총선에 대해서도 “그리스는 지금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시기에 있다”며 조기 총선 요청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편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가 25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 63%가 유로화 사용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60%는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반면 유로존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응답자 비중이 59%를 기록했다.

디폴트 가능성은 있지만 유로존 이탈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임을 보여줬다.

여론조사는 지난 14~17일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