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생활용품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제품을 선정, 제품 라인을 단순화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예를 들면 식품이면 식품, 세제면 세제 등 단일 품목으로 생산을 집중하는 식이다.
세계적인 생활용품업체인 유니레버는 이런 방식으로 최근 유럽에서 SKU(상품단위)를 40%나 줄였다.
닐 험프리 유럽 공급체인운영책임자는 “좋은 복잡성을 구분하는 현명한 복잡성 관리법, 이른바 ‘스마트 컴플렉시티’가 SKU를 더 간소화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니레버는 제품에서 번거로움과 낭비 요소를 없애고 있다. 도브 샴푸는 영국 공장에서, 식물성 마가린은 네덜란드 공장에서 각각 생산함으로써 소비자들은 더 싼 값에 제품을 살 수 있게 됐다.
험프리 씨는 “덕분에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더 가치 있는 제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과는 있었다. 매출은 올랐고, 선반 위에서 제품에 먼지가 쌓이는 일도 없어졌다. 소비자들은 원하는 제품을 손 쉽게 고를 수 있게 됐다.
그 동안 소비자들은 세제 회사에서 나온 식품을 사는데 대한 거부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생산 라인을 구분해줌으로써 소비자들의 이 같은 고민을 덜어 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경영 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의 마크 고트프레드슨 수석 파트너는 “그 동안 미국에서는 매년 새로운 SKU가 1만개 가량이 쏟아져 나왔다”며 “산만한 제품 라인이 회사의 매출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스턴 컨설팅그룹(BCG)의 피에르 메르시에 수석 파트너는 “제품 라인이나 브랜드를 없애면 복잡성이 제거되지만 대신에 한가지 브랜드를 4~5가지로 다양화하면 오히려 복잡성을 늘리는 결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다국적 기업들은 이 같은 주장에 반박하며 다양한 제품라인을 고집하고 있다.
기저귀와 치약 등 다양한 생활필수품을 생산하는 프록터앤갬블(P&G)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P&G의 밥 맥도날드 회장겸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들이 치약도 개먹이도 다양한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치즈로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크래프트푸즈도 나라별·개인별 기호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한 제품 라인을 다양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멕시코인들은 매운 맛의 필라델피아 치즈를 선호하지만 호주인들은 칠리 맛을 더 좋아하고, 유럽에선 초콜릿 맛을 찾는다는 것이다.
P&G의 디미트리 파나요토폴로스 글로벌 사업 부문 부회장은 “만일 혁신적이고 새로운 것이 없다면 신제품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흥미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최종 결정은 유통업체들에 달렸다”며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은 즉각 퇴출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유통업계도 전략적이다. 인도의 경우, 크래프트푸즈의 오레오 쿠키가 인기를 끌면서 자국에서 생산되는 유사 제품을 한 곳에 몰아 진열해 재고를 줄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 SKU (Stock Keeping Unit)
SKU는 상품 및 재고 관리를 위한 최소 분류 단위를 말한다. 재고품이 선반에 진열될 때의 단위란 데서 나온 호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