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열쇠 쥔 독일이 나서라
② 구제금융(EFSF)의 딜레마...미국 따라갈까
③ 차세대 뇌관 은행권부터 살려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의 열쇠는 결국 독일이 쥐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로존에서 그리스 사태 해결은 독일이 결정해야 하며 기존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 나서야 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분석했다.
독일은 뚜렷한 해결책없이 그리스에게 강도 높은 긴축을 하라면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독일 보수파들은 유로존을 지키기 위해 국채를 매입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비상조치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들은 ECB의 국채 매입이 재정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독일 출신으로 ECB 내부에서 ‘최후의 매파’로 불리던 위르겐 스타크 집행이사는 유로존 재정불량국 국채 매입을 둘러싼 갈등으로 끝내 사임하기도 했다.
독일은 유로존 전체 경제성장을 위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절했다.
세바스찬 덜리엔 베를린대 교수는 “근본 문제에 대한 분석을 공유하지 않으면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면서 “유로존 재정위기 사태도 근본 문제를 찾지 못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덜리엔 교수는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독일의 엘리트 이코노미스트들이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사태 해결은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사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집권 연정도 위협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기독교민주당(CDU)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수도 베를린 시의회 선거에서 사회민주당(SPD)에 패배했다.
베를린 선거는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집권 연정의 유로존 위기 대응에 대한 국민의 심판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CDU를 비롯해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FDP)은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 등 메르켈 총리의 결정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에 상당한 규모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4400억유로(약 692조6170억원) 규모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설립에 동의하는 등 독일의 부담만 키웠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 사태 해결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결국 독일 경제의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FT는 권고했다.
독일은 EFSF의 최대 출연국으로 기금 담보금액 중 4분의 1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도 유로존 위기 대응에 나서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FT는 평가했다.
분데스방크는 ECB의 대규모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1차 대전 당시 독일제국은행의 재앙을 되풀이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에서는 10년 동안 물가가 무려 1조4000억배 상승했다.
충분한 세입을 확보하지 못한 정부가 독일제국은행을 통해 화폐를 무분별하게 찍어낸 데 따른 결과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독일의 이같은 우려는 시대 착오적인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1차 대전 당시와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이 다를 뿐만 아니라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을 막기 위해 앞장 서는 것이 독일은 물론 유로존의 붕괴를 막는 해결책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