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또 실패해 디폴트(채무불이행) 불가피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계속되는 감축 목표 달성 실패로 ‘재정 긴축 + 구제금융 지원’을 통해 그리스 채무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메시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다만 그리스는 유로존·국제통화기금(IMF)가 제공하는 1차 구제금융 중 6차분을 받아 임박한 국가부도 위기는 넘길 전망이다.
그리스 정부는 2일(현지시간) 확정한 2012년 예산안에서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8.5%인 187억유로(약 29조8370억원)로 추산했다.
지난 6월 유로존·IMF 등과 2차 구제금융 지원을 협상하면서 지원의 조건으로 제시했던 ‘중기재정계획’에서 약속한 수치(GDP 대비 7.6%·171억유로)보다 근 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예상보다 확대된 경기침체를 이유로 들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4개월 전 마이너스(-)3.8%에서 현재 -5.5%로 전망했다.
예산안은 내년 재정적자도 GDP대비 6.8%인 147억유로로 높였다. 이 역시 목표치인 GDP 대비 6.5%인 149억유로를 웃도는 것이다.
재정적자 목표 달성 실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리스는 지난해 5월 유로존·IMF 등으로부터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면서 재정적자를 2010년 8.1%, 2011년 7.6% 등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4달 후 2009년 실적치가 13.4%에서 15.5%로 수정되자 2010년 목표를 9.4%로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재정적자는 10.5%를 기록했다.
올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은 지난 7월 유로존 정상들이 합의한 2차 구제금융 패키지의 한 축인 그리스 긴축 계획의 변경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로존 정상들은 유럽연합(EU)·IMF 등이 109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추가 제공하고 민간채권단도 보유 그리스 국채를 21% 상각해 400억유로를 기여하는 2차 지원안 패키지를 합의했다.
2차 지원안은 ‘중기재정계획’에 담긴 그리스의 자구노력도 한 축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올해 재정적자 목표 달성 실패가 2차 지원안 변경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로존은 일단 EU·IMF·유럽중앙은행(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 실사단이 내주 초 제출할 점검보고서를 기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간채권단의 상각비율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트로이카가 예산안을 동의했다고 밝혔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2일 밤 열린 각의에서 “트로이카 팀의 점검보고서를 검토할 유로존 특별 재무장관회의가 오는 13일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로이카 팀이 올해와 내년 재정적자를 확대한 내년 예산안에 동의함에 따라 내주 초 나올 예정인 트로이카 팀의 점검보고서는 6차분 지원에 긍정적인 내용을 담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