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경제]④신수종사업 개척나선 재계

입력 2011-10-0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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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삼성'도 안심 못한다…미래 먹거리 찾기 '잰걸음'

▲구미에 위치한 LG전자의 태양전지 생산라인. LG그룹은 2020년에 그룹 전체 매출의 15%를 차세대 성장동력인 그린신사업에서 창출한다는 '그린2020' 전략을 추진한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제불황 등 글로벌 경제 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산업계에도 커다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위기 이후 펼쳐질 글로벌 산업 지도는 과거와 전혀 다른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내고 신수종 사업을 적극 발굴, 그에 적응하는 기업만이 미래 산업의 새로운 승자가 될 수 있다.

◇재편되는 글로벌 산업지도= 지난 1998년 이후 13년째 휴대폰 시장 부동의 1위를 지켜오던 노키아가 3년 만에 5500억원의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3위로 추락했다.

도저히 무너질 것 같지 않던 노키아가 이같이 추락한 것은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제때 따라가지 못한 때문이다. 노키아의 위기는 스마트폰의 실패에서 왔다. 애플 아이폰이 주도한 새로운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는 세계 피쳐폰 1위라는 현실에 안주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사실 노키아는 심비안 운용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 세계시장에서 한때 4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20%로 반토막났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아이폰용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이른바 혁신적인 ‘신수종 사업’을 시작하면서 외면받기 시작했다.

프란시스코 제로니모 IDC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톱 브랜드와 높은 시장 점유율을 지켜온 거대 기업도 눈 깜짝할 사이에 경쟁 대열에서 밀려날 수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IT시장에서 영원한 1등은 없다”고 강조했다.

노키아 뿐만이 아니다. 소니 역시 한때 워크맨과 TV로 글로벌 톱 기업의 반열에 올랐지만 이제는 누구도 소니가 세계 최고 기업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2008년 닌텐도DS의 전 세계 흥행으로 최고의 해를 보낸 닌텐도도 지난 2010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불과 2~3년 전에는 글로벌 성공사례로 소개되던 기업들이 이제는 실패를 통한 교훈을 주는 반면교사 대상이 됐다.

◇삼성도 도전받는다= 비단 외국기업 만의 얘기는 아니다.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는 삼성전자도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아이폰 쇼크에 흔들려도 봤고 하드웨어만 믿다가 소프트웨어에서 크게 당하기도 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더 이상 하드웨어 경쟁력 만으로는 글로벌 톱이 될 수 없다”며 “기존 하드웨어 경쟁력에다 소프트파워와 서비스를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의 통합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요즘의 전자산업에 대해 “100년이 넘는 전자산업 역사상 볼 수 없었던 급진적 변화와 사업간 영역파괴 경쟁이 진행 중”이라며 “사업간 구분이 모호해지고 이런 양상은 전자산업이 모바일과 웹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변화”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글로벌 격변기에는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 언제까지 반도체, LCD 사업이 삼성전자를 먹여 살릴 거라고 말할 수 없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10년 내 대부분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을 채우려면 기존 틀을 깨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누차 강조한 것도 신수종 사업 발굴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다.

신수종 사업을 잘 발굴하고 성공을 거두려면 향후 10년, 나아가 100년을 내다 본 변화와 혁신이 필수적이다.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는 기업이야말로 수명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조동성 교수(한국지속경영학회장)는 “진정한 장수기업은 ‘오래된 기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으로 젊음을 유지하는 ‘불로(不老)기업’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100년 기업에서 힌트를 얻다= 100년 넘게 장수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보면 신수종 사업의 필요성을 잘 알 수 있다.

다국적 기업 듀폰(DuPont)은 지난 1802년 화약제조업체로 출발했지만 최초의 합성섬유인 나일론을 개발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후 ‘종합 과학회사’가 됐다.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던 섬유사업을 과감히 포기, 지난 2004년에 팔아 치웠다. 대신 지구의 기후변화에 주목, 종자(種子)회사인 파이오니어를 사들이며 식량산업 개발에 나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할리데이 듀폰 회장은 ‘혁신 습관’을 자신들의 장수비결로 꼽는다. 일시적인 경쟁 우위의 전략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루틴을 갖추었기 때문에 장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수백년 이상 장수기업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체질 강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난 6월 16일 창립 100주년을 맞은 IBM은‘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샘 팔미사노 IBM 회장은 최근 “지난 100년 동안 세상을 변화시키는 다양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장기적인 안목에 기초한 전략과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독려하는 기업문화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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