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의 병역면탈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나경원 후보 측은 9일 박 후보가 공무원과 공모해 불법 양손(養孫)으로 병역을 면탈했다고 주장한 반면 박 후보 측은 “불행한 가정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박 후보 형제의 병역 면탈을 위해 우리나라에 있지도 않은 양손제도를 호적 공무원과 짜고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박 후보가 입양 당시는 몰랐다고 해도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람인만큼 성년이 돼서는 잘못된 것을 알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오히려 병역 문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호주 상속을 받는 조치를 취한 것은 도덕성의 치명적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당 대변인은 지난 1988년 당시 양손입양의 적법여부를 따지는 대법원 판례를 증거로 제시하며 양손입양이 ‘불법’임을 분명히 했다.
김 대변인은 “불법적인 호적 조작을 통해 병역 면탈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신지호 의원도 “박 후보의 양손 입양은 사실상 형제의 병역특혜를 노린 ‘위장입양’으로 민법상 무효에 해당한다”며 “전체 복무기간 33개월중 기피한 25개월에 대해선 국방을 위한 자원봉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 선대위 이두아 대변인은 논평에서 “군대를 안가기 위한 ‘형제 기획 입양’을 한 것으로 한마디로 일석이조(一石二鳥)이자 ‘꿩먹고 알먹기’ 범죄 행위나 다름없다”며 “‘형제는 용감했고’, 그로 인해 박 후보와 그 형은 ‘일타 쌍피 육방(6개월 방위)’이 되었다”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 송창호 대변인은 “박 후보는 정당한 이유로 인해 보충역에 편입되어 군 복무를 마쳤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송 대변인에 따르면 박 후보는 1969년 13세 때 후보의 작은 할아버지의 양손(養孫)으로 입적돼 그로부터 8년 후인 1977년 독자(獨子)의 사유로 보충역(6개월)에 편입되어 창녕군 장마면 사무소에서 군 복무를 했다.
송 대변인은 “당시 양손으로 입양된 것은 사할린에 강제 징용돼 실종된 작은 할아버지의 가계를 잇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작은 할아버지의 가계를 이은 박 후보의 호적은 군 복무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됐다”며 “작은 할아버지는 2000년에 실종선고가 확정됨에 따라 박 후보의 호적이 독립 호적으로 분리됐다”고 밝혔다.
그는 “작은 할아버지의 제적등본에는 ‘양손입양’으로 입양사유가 기재돼 있고, 박 후보의 입양과 군복무에 대해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우상호 대변인도 “병역기피 전문당인 한나라당이 볼 때 모든 문제가 의혹으로 보일 것”이라며 “작은할아버지의 일제 징용이라는 가정사 때문에 생긴 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서울시민들은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핵심인사들의 병역기피와 면제 사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을 들춰내는 일은 자살골이 될 뿐”이라고 역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