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경제]⑫'100세 시대' 보험업계가 사는 법

입력 2011-10-1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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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장기운용 노하우' 앞세워 퇴직연금시장 공략을

100세 시대는 재앙인가, 축복인가.

고령 사회는 개인적, 국가적으로 양면성을 지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수(長壽)를 꿈꾸지만 준비 안 된 장수는 결코 축복이 아니다. 실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4명이‘100세 시대’를 재앙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4.3%, 2026년에는 20.8%로 늘어날 전망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라고 부른다. 고령 사회로 집입하는 데 일본이 24년, 미국이 72년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불과 18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사회가 늙어가는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100세 시대’는 국가경제적으로 도전이다.‘100세 시대’를 대비하지 못한 고령자들이 많아지면 국가경제적인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령 사회를 역동적으로 만들려면 고령자들이 노후 준비를 잘 해야 한다. 노령사회에서 보험업계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사적연금으로 역동적 고령사회 만들어야 = 노후준비는 크게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통해 하게 된다. 일부 국가 재정이 담당하기도 하지만 복지수요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재정에 무턱대고 의존할 수는 없다. 대표적인 공적연금인 국민연금도 지금 추세대로라면 믿을 수 없다. 국민연금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지 않는 한 기금고갈 사태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공적연금의 부족한 부분을 사적연금을 활용해 보완해 나가고 있다. 공적연금의 역할을 축소하는 대신 퇴직 또는 개인연금 기능을 제고시키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특히 펀드 등 금융상품을 통한 노후준비 제도가 잘 발달 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개인연금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합한 총 연금 규모는 527조원이다. 이 가운데 323조원이 국민연금이었고 개인연금은 174조원에 그쳤다. 과세대상자 기준으로 개인연금 가입률은 20%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서민층은 아직 개인연금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OECD국가 중 개인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는 국가는 호주, 네덜란드, 스위스, 멕시코 등 12개국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은 우리나라처럼 개인연금 가입을 의무화하지 않았지만 개인연금에 대해 과감한 세제혜택을 부여해 사적연금제도를 활성화 시켰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적연금, 특히 퇴직연금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올 8월 말 37조4649억원에 달한다. 퇴직연금가입률은 30%를 넘어섰다. 외형상으로는 상당한 규모지만 여전히 GDP의 12%에 불과하다. 미국, 호주, 아일랜드 등 선진국의 사적 연기금 규모는 GDP의 50%가 넘는다. 네덜란드, 아이슬랜드, 스위스 등은 사적 연기금이 GDP를 상회한다.

◇ 보험사, 연금시장 제2의 전성기 연다= 사적 퇴직연금시장에서 보험사는 장기 운용 노하우라는 절대적인 강점을 갖고 있다. 은행, 증권 등과 달리 보험은 계약이 기본적으로 20~30년을 훌쩍 넘는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록해 고객의 연금 수급권을 보호하는 데 있어서는 보험업계가 최고라는 자신감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그다지 호락호락하지 않다. 8월 말 기준으로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26.1%, 7.6%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생보업계의 경우 2009년 말 33.5%에 달하던 점유율이 3년여 동안 7.4%포인트나 하락했다.

은행, 증권 등 다른 업권이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해 경쟁적으로 출혈 영업을 펼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여신 거래기업을 중심으로 퇴직연금 영업을 펼치자 보험사들의 입지가 급격히 위축됐다.

하지만 최근 근퇴법 개정 등으로 보험업계의 연금시장 영업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그동안 보험설계사들의 퇴직연금 권유 및 판매가 금지됐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설계사들도 퇴직연금을 취급할 수 있게 됐다. 보험업계 특유의 대면모집채널의 강점이 부각될 수 있는 것이다.

또 개인퇴직연금계좌(IRA) 가입대상이 일반근로자에서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퇴직자 등으로 대폭 확대되고 퇴직보험·신탁의 세제혜택이 종료됨에 따라 기존의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은퇴 후 IRA로 이동할 여지가 커져 시장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IRA시장이 전체 퇴직연금시장의 41%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중 80%의 계약을 보험설계사들이 중개하고 있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의 경우 소비자들이 시간이 갈수록 수익률보다 장기적인 안정성과 서비스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보험사들은 특히 IRA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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