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병폐에 분노하는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스페인에서 지난 5월 시작된 ‘분노한 사람들’의 시위는 유럽 전역에 ‘분노의 불씨’를 지폈다.
미국 뉴욕에서 ‘카지노식 금융 자본주의’의 탐욕에 항의하며 월스트리트를 점령했던 분노는 세계 각국으로 증폭되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 쾰켄베르크구 엘리자베스 공원에선 지난 9일부터 유럽 각지에서 모인 청년 수백명이 유럽연합(EU)과 각 회원국의 초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무려 1700km를 몇 달 동안 걸어 왔다. 행진 도중 프랑스 등 인근 국가에서 합류한 젊은이들도 있다.
이들은 오는 15일까지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 곳곳에서 시위하고 매일 저녁 ‘야간 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들이 소수의 부자들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에 맞서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자“는 것이다.
유럽 각국에서 동조자들이 몰려들고 있어 15일 시위 참여자는 최소 수천명에서 많으면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이들은 기대하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 뉴욕에서는 지난달 17일 ‘월가를 점령하라’는 청년들의 시위가 시작됐다.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금융자본의 탐욕과 소득 불평등에 저항하는 시위는 일시적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규모가 날로 커지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공감하는 젊은이들이 10월15일을 기해 각국에서 일제히 시위를 벌이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해 퍼지면서 수많은 동조자들을 이끌어냈다.
특별한 조직이나 일정한 지휘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한 현실과 자본주의의 병폐 등에 좌절과 분노를 느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시위를 조직하고 동참하는 일에 나섰다.
CNN을 비롯한 각국 언론매체와 인터넷 사이트 등에 따르면 오는 15일 세계 40여 나라와 수백 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질 전망이다.
런던의 금융가와 스위스의 취리히를 비롯해 아르헨티나와 홍콩 등에서도 분노한 사람들이 해당 지역을 ‘점령하라’는 구호를 내건 시위가 추진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의 항의로 시작된 시위에 이제는 중·장년과 노년까지 가세하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들도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일자리와 먹을거리에 대한 요구는 소득 불평등과 사회구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로 확대됐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드러난 금융자본가와 대기업들의 탐욕, 정치인들의 부패와 무능을 규탄하는 시위는 ‘진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시민운동가들은 오는 15일 시위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우려도 있다면서 시위가 ‘진정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세우려는 지속적 사회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