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화학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PX) 가격 상승으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달 들어 가격 상승폭이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장기적인 수요 증가가 전망되면서 일부 업체는 PX공장 증설까지 검토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톤당 700달러 초반 수준이던 PX가격이 올해 7월부터 급등하더니 이달 초 150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평균가 1675달러에 비하면 다소 하락했지만 지난해 7월에 비해 약 114%가 오른 셈이다.
PX는 화학섬유를 만드는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제조와 물을 담는 페트병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기초원료다.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납사를 통해 생산된다. 국내에서는 에쓰오일이 연산 160만톤으로 생산능력 1위 업체며, GS칼텍스가 120만톤으로 뒤를 잇고 있다. 또 삼성토탈이 80만톤, SK종합화학이 75만8000톤의 PX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특히 에쓰오일은 지난 6월 초 단일공장 세계 최대 규모의 PX를 생산할 수 있는 ‘제2 아로마틱 콤플렉스’를 본격 가동하면서 그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PX가격이 보합세에서 상승세로 돌아선 게 지난 7월부터 임을 감안하면 가동 시점이 적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지난 2007년 프로젝트 기획 단계서부터 PX가격 상승 전망에 대해 철저히 분석했다”며 “이를 통한 제2 아로마틱 콤플렉스의 시기적절한 증설로 최근 PX호황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SK종합화학은 일본 JX에너지와 조인트벤처 형태로 울산에 100만톤 규모의 PX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총 1조원이 투자되며 오는 2013년 완공 예정이다.
삼성토탈도 최근 충남 대산에 연산 100만톤 규모의 PX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토탈은 총 2조원을 투자, 2012년 3월 착공해 2014년 9월 완공한다는 목표다.
이에 대해 삼성토탈 관계자는 “PX공장 증설에 대해 검토 단계일 뿐 확실하게 정해진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화업체의 PX 영업마진은 2분기 기준 톤당 500달러 수준이었으나 최근 가격 상승에 힘입어 3분기엔 700달러 이상으로 상승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 PX생산업체인 에쓰오일의 경우 PX 영업마진이 100달러 오르면 연간 1700억원의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의 PX가격 상승은 지난해 이상기후로 면화 주요 생산지인 중앙아시아 지역의 생산량이 크게 줄고, 파키스탄과 인도에서도 면화 공급에 차질을 빚어 화학섬유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PX공급이 급감한 이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인도의 화학섬유 수요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장기적인 PX수요 증가가 전망된다”며 “하지만 최근의 환율 상승과 유럽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PX가격에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