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땐 최고 신랑감이었는데…

입력 2011-10-11 10:27 수정 2011-10-1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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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그들은 누구인가]②예전 같지않은 자부심

“신랑감 후보로 은행원이 명함을 내밀수나 있겠습니까.”

최근 결혼을 앞둔 은행원들의 자조적인 말이다. 다소 과장된 것도 사실이지만 요즘 은행원의 사회적 위상을 나타내는데 이만큼 딱 떨어지는 말도 없을 듯 하다.

신한은행의 C 차장은 올해로 은행경력 15년째다. 당시 취업전선에 나설 때만 해도 은행원에 대한 인기가 높았다. 고소득을 보장받는 가장 안정된 직장으로 단정한 화이트칼러의 대명사였기 때문이다. 특히 일류대 출신들이 은행으로 몰려드는 것은 당연해 평균 입사시험 경쟁률은 100대 1이었다.

특히 벌어들이는 돈도 많았다. C 차장이 입행후 받아든 첫 월급봉투에는 70만원이 담겨 있었다. 월급만으로도 당시 중상위수준이었다. 하지만 격월로 보너스가 나와 일반 대기업 직장인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아갔다. 신랑감 1순위가 충분했다. 급여도 많고 안정성 있고, 복장도 말끔했으니 말이다.

지난해 2월 신한은행에 대졸 공채로 입사한 K 행원. 그는 스스로 ‘불운의 세대’라고 부른다. K 행원의 통장에 매달 찍히는 돈은 166만원. 1990년 이후 인력확보 경쟁을 벌였던 대기업 직원의 초임과 비교해도 절반 가량이 적다. K모 행원은 “은행원이라고 하면 주변에서 월급을 많이 받는 줄 알아서 티도 못 낸다”고 한숨 섞인 걱정을 했다. 은행원이 더 이상 고소득 층이 아니게 됐다는 말이다.

K 행원이 취업전선에 섰을 때는 정부가 청년인턴 채용을 늘린다며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을 도입한 때였다.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시중은행 신입행원의 임금 20%를 깎았다. 이후 당시 임금을 깎았던 대기업 직원의 임금은 회복됐지만 신입행원의 임금은 원상회복되지 못했다.

결혼정보회사의 한 커플매니저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은행원이 공무원 다음으로 인기가 좋은 직업이었다”며 “그러나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 회계사, 변리사 등 전문직에 자리를 내주더니 지금은 더욱 인기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은행원의 위상이 급강하했던 것도 이때부터다.

여기에다 은행원의 업무는 늘어나고 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경비절감이 필요했고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사람을 줄였다. 지난 2007년 시중은행의 대리 이하 행원급은 2007년 3만8784명에서 3만7853명(2010년 6월 말 기준)으로 줄었다. 특히 지난해말 국민은행은 3200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절대적 업무량은 오히려 늘어나는데 일할 수 있는 행원은 줄어드니 바빠지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우수한 은행원들도 썰물처럼 은행을 빠져나갈 정도로 사기가 땅에 떨어진 것도 이해가 갈 만하다.

그렇다고 은행원의 사회적 위치가 형편없어졌다고는 볼 수 없다. 전체 은행권 평균 급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11년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 한국씨티은행은 1인당 월 평균 617만원을 받았다. 신한·국민·SC제일·우리·외환은행은 500만원대를 기록했다. 가장 낮은 건 하나은행으로 월 평균 급여가 417만원이었다.

문제는 은행원의 자부심이 저하되는 데 있다. 금융이란 전문분야가 더욱 복잡해지고 중요해지지만 어느 순간 긍지도 인재도 사라져 버리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사태, 세계 주요 은행의 도산 위기, 금융회사의 개인정보 유출 등과 같은 상황에서 은행원의 자부심마저 사라진다면 우리나라 은행의 미래는 더 이상 없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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