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진정한 부자는 '베푸는 사람'

입력 2011-10-1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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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그대 부자되고 싶은가 <하>부자와 '나눔'의 행복

▲오늘날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꿈꾸고 있지만 물질적인 부(富)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기부 등 나눔을 통해 진정한 부를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제2회 대한민국 나눔대축제 기간 중 어린이들이 구세군 부스에서 종이접기로 구세군 자선냄비를 만들면서 나눔의 의미를 배우고 있는 모습.
“얼마 전 구미에서 한 스님을 만났습니다. 몹시 추운 날씨에 여름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스님은 당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주었습니다. 감사히 받았는데 가장자리가 다 헤진 낡은 옷이었어요. 이렇게 필요할 때 망설이지 않고 옆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주는 게 무소유가 아닐까 합니다.……하지만 소유하려는 욕심이 강하면 차일피일 미루게 되지요. 내가 좀 더 부유해진 다음에 베풀어야겠다고 결심하지만 정작 영원히 부유하지 못하다고 여기니까요.”-지율 스님

◇행복한 부자가 되는 길= 물질적인 부(富) 만으로 진정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아마 부자로 한 평생을 살더라도 자신을 행복하다고 느낄 수 없을 수도 있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50억원 노숙자’가 대표적이다. 5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노숙자 A씨는 젊은 시절 부모님의 재산을 물려받은 후 사업을 시작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오랫동안 방황하며 결혼도 하지 않고 집도 사지 않았다.

A씨는 세상살이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며 그저 자유롭게 살고 싶었고 호텔이나 모텔에서 자면 감옥 생활을 하는 것 같아 노숙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는 단지 재산이 많다고 진정한 의미의 부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막연히 돈을 쫓아 다니지 말고, 자신의 삶에 충실한 주인이 되는 것이 ‘행복한 부자’의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이들은 기부 등을 통해 마음의 부를 쫓는 ‘순백의 하얀 부자’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선진국 부자들은 나눔의 의무를 특권이자 책임인 동시에 행복으로 여긴다. 가난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지만 돈이 사람들의 행복에 추가로 기여하는 정도가 낮기 때문이다.

한국 부자들 역시 이에 훨씬 못 미치지만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점점 기울이고 있다. 한 PB(프라이빗뱅커)의 소개로 만난 어느 여성 부자는 ‘세금 납부가 가장 좋은 애국 사업’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회사가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세금을 밀리게 될 경우, 그 다음에 사업이 흥하면 반드시 다 갚는단다. 그러고 나서 밀렸던 세금 만큼을 사회에 기부한다는 얘기도 했다.

서울 근교에 사는 어느 부자는 자신의 공장으로 들어오는 도로에 아스팔트가 안 깔려 동네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는 사실을 알고 회사로 들어오는 몇 킬로미터의 비포장도로를 자신의 돈을 들여 아스팔트를 깔았다고 한다.

하지만 부자들이 기부에 인색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왜 일까. 국내 공익단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기부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기부처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지난 2010년 말 터져 나온 국내 모금단체에 대한 감사 결과, 모금액의 일부가 유용됐다는 사실은 연말연시 기부의 손길을 얼어붙게 만들기도 했다.

이재경 삼성증권 상무는 “돈에 대해 절대로 낭비를 하는 법이 없다는 부자들에게는 더욱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 이슈”라며 “고액 자산가들은 자기 재산의 관리를 맡기는 PB들에게 단순히 재산을 보호하고 늘리는 역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기부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컨설팅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저 좋은 일에 써달라며 기부처에 맡기기보다는 점차 체계적이면서 목적성을 갖고 기부하는 ‘스마트 기부’ 형태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기부,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 기부는 단순하게 ‘돈을 기탁하는 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내게 돈이 없다면 내가 지닌 재주나 노동으로, 아니면 따뜻한 마음 한 자락으로도 이웃과 나누는 것이 바로 기부다. 또 기부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되기를 원하는 자산가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재단을 설립하기도 한다.

이재경 상무는 “기부의 욕구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며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공부하지 못하는 아동들을 돕는 것을 더 큰 보람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고, 심신의 결함으로 사회적응에 애를 먹고 있는 장애인을 돕기 원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한동철 부자학연구학회 교수는 “진짜 부자는 돈으로만 기부하는 게 아니라 정신으로 베풀어야 한다”며 “내가 가진 것을 주더라도 생색을 내지 말고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부자란, 물질적인 부의 축적을 넘어서서 베푸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부를 통해 ‘행복한 부’를 추구하기 보다는 ‘물질적 부의 축적을 목적’으로 하는 부자들이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다.

강남 대치동의 한 PB는 “최근 강남부자들을 중심으로 기부에 관한 관심이 많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100명 중 2~3명에 불과해 아직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자들의 경우에도 기부를 통해 정신적 행복을 찾겠다는 마음보다는 기부액에 대한 세금 감면 등 절세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PB는 “기부에 대한 문의가 과거에 비해 많지만 주로 ‘부의 이전’ 수단으로 관심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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