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공공요금은 인상하면서도 우유 등 일반 제품의 가격인상에는 제동을 거는 등 물가관리에서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는 16일 우유 가격을 10% 정도 올리기로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진 서울우유는 언론에 보도된 지 하루도 안돼 인상계획을 철회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오후 늦게 서울우유가 우유값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는 방침을 보고 받았다”며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우유값을 많이 올리면 서민 부담이 커진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서울우유가 우유 소비자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자 10일 서울우유 관계자와 만나 유업계의 사정과 가격인상 시기 및 폭 등에 대한 얘기를 듣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서울우유는 원유값 인상에도 가격을 올리지 못해 손실이 커지고 있다며 가격인상을 미루기 힘들다며 가격인상의 불가피성을 적극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 측에선 인상 시기를 늦춰서 물가안정이 되는데 협조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고 말했다.
서울우유는 이 같은 농식품부의 의견을 반영해 내부논의를 거쳐 11일 오후 늦게 인상 방침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업계에서는 서울우유가 농협의 감사를 받는 상황에서 농식품부의 인상철회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또한 무관세 유제품을 사재기해 비싸게 팔았다는 보도 등도 이어지고 있어 농식품부의 압박이 그만큼 강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다른 중소업체들은 더이상 말이 필요 없다”며 “이상태로 계속가다간 채산성이 악화돼 재무구조가 취약한 곳은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공공요금 인상은 대중교통과 도시가스 등 거의 전부문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2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도시가스 요금은 이번 주부터 5.3% 인상된다. 현행 ㎥당 774.37원인 도시가스 요금이 지난 10일 815.78원으로 올랐다. 일반 가정의 경우 평균 32㎥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 달 평균 940원이 오르게 되는 꼴이다.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11월 4.9% 내렸지만, 올해에는 지난 1월과 5월에 각각 5% 정도씩 인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전력은 전기요금의 단계적 인상 방침을 이미 확고히 하고 있고, 수자원공사도 오는 2019년까지 상수도 요금을 매년 3%씩 올릴 계획이다.
여기에 대중교통 요금도 오른다. 서울시는 다음 달 부터 버스와 지하철의 기본요금을 100원씩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대중교통과 하수도요금 등 주요 공공요금 인상안을 서울시의회에 안건으로 상정했다. 서울시는 하수도 요금도 2014년까지 매년 단계적으로 2배 가까이 인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