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정위기가 완화할 것이란 기대에 내림세를 보이던 환율이 복병을 만났다. 국제신용평가사 에스엔피(S&P)가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유로존 위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모두 35.40원 하락했다.
유로존 회원국들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안을 모두 승인하면서 재정위기의 해결 실마리가 보였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확충된 EFSF로 유로존 금융기관 유동성을 공급하고 그리스를 차분하게 디폴트(채무불이행) 시키면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기대감 때문에 최근 환율이 점차 안정세를 보였다는 얘기다.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국제공조 방안이 구체화될 것이란 전망도 환율 안정을 이끌었다.
하지만 환율은 일주일만에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은 14일 오전 9시30분 현재 6.20원 오른 1162.10원에 거래 중이다.
무엇보다 S&P의 스페인 신용등급 강등이 달러 매수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그동안 잠잠했던 외국인들이 달러 매수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무역흑자가 2개월 연속 감소한 것도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중국 해관총서는 9월 무역수지가 145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5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투자은행들은 올해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정현 기업은행 외환딜러는 “다음달 23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시장에 파격적인 신호를 주는 대책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환율이 하락쪽으로만 쏠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