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쥐꼬리 개인 기부…'나눔' 막는 제도부터 고치자

입력 2011-10-14 11:09 수정 2011-10-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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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존경받는 부자 되려면 <중>부자들의 기부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석유왕’ 록펠러,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IT황제’ 빌 게이츠.

세계 경영역사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다. 그들을 기억하는 또 다른 이류는 바로 ‘기부왕’이라는 수식어다.

카네기는 철도와 운송, 석유 사업에 투자해 큰 돈을 번 후 인생의 후반부를 사회사업에 바치면서 뉴욕의 카네기홀을 비롯, 카네기 공대와 카네기재단 등을 설립했고 전 세계에 2500개 이상의 도서관 건립을 지원했다. 록펠러 가문도 시카고 대학과 록펠러 재단을 만들어 기아근절과 교육 등에 많은 공헌을 해오고 있다.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는 ‘기부 라이벌’이다. 워렌 버핏은 지난 7월 15억달러 규모의 버크셔해서웨이 주식 1930만주를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전 CEO 역시 280억달러를 사회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진국, 개인·기업이 앞장서 사회공헌 활동 펼쳐= 선진국은 개인과 기업들이 앞장서 기부를 한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개인 기부금과 회사 기부금의 비중이 8대2 정도로 개인이 기부를 많이 한다.

개인 기부가 튼튼할수록 전체 기부금 규모도 커지는 양상을 보인다. 기업은 이해관계와 경영전략, 경기의 부침에 따라 간헐적으로 뭉칫돈을 기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은 변치 않는 마음으로 꾸준히 기부하기 때문이다.

개인과 다르게 기업들은 특성에 맞게 다양한 사회공헌 형태로 기부활동에 나서고 있다. 제약회사 화이자는 1998년부터 트라코마(과립성 결막염) 방지를 위해 ‘지스로맥스’란 자사 의약품을 전 세계 13개국에 5400만개를 기부했다. 트라코마로 인해 속눈썹이 안쪽을 향해 나거나 굽은 상태로 변하는 ‘첩모난생증’ 환자 2만7000명에겐 수술비를 지원해줬다. 그 결과, 나이지리아의 트라코마 발병률은 60%에서 7%로 낮아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학교 교육용으로 지원한다. 인도 지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도 IT 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그만큼 정보 소외계층이 많았다. 인도 교사들은 MS 직원들이 실시하는 교육으로 인터넷, 이메일, MS워드, 파워포인트 사용법들을 배워 학생들에게 재전수한다. MS는 5년간 2000만달러를 투자해 8만명에게 정보화 교육을 실시한다.

생활용품 기업인 P&G는 깨끗한 식수공급을 화두로 기부활동에 나섰다. 전 세계에 오염된 물을 마신 뒤 장티푸스나 콜레라에 걸려 죽어가는 어린이는 수만명에 달한다. P&G는 2000년 개발한 식수 정화제품 퓨어(PUR)를 통해 어린이에게 안전한 식수를 공급한다. 이 제품은 쓰나미나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난 지역의 생존자들에게 유용하게 활용됐다.

◇국내, 인색한 기부문화…제도 개편 통해 활성화 유도 = 한국은 선진국과 비교해 재계 총수나 기업의 기부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특히 재계 총수가 선뜻 개인 자산에서 거액의 기금을 사회에 내놓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 현대차 등 10대 그룹이 총 8300억원대의 기부금을 냈지만 모두 기업 명의일 뿐 총수 개인 기부는 없었다. 여기에 국내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급증했음에도 기부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등 10대 그룹의 기부금 총액은 2008년 6410억원에서 지난해 6085억원으로 5.1%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조403억원에서 34조1554억원으로 70.4% 급증했다.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을 집계하면 감소세가 더 뚜렷하다. 2008년에는 영업이익의 3.2%를 기부했지만 2009년에는 2.0%, 지난해는 1.8%로 매년 비율이 떨어졌다. 한화(2.1%→0.8%), 롯데(1.3%→1.2%), GS(1.3%→0.5%) 등 국내 대표 대기업들이 모두 기부금 비중을 줄인 셈이다.

개인기부 역시 금액으로 환산하면 한국인 한 사람이 1년에 기부하는 돈은 평균 19만9000원으로 미국인(1220달러·143만원)의 7분의 1, 영국인(372파운드·67만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개인 기부가 느는 추세이긴 하지만 세계 13위권의 경제력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셈이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은 사회공헌 면에서 꾸준하지 못하다. 기업 범죄나 비리 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 공헌활동을 조금 많이 했다가도 나중에 다시 줄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익이 늘어도 기부금은 비례해 증가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손원익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원은 “기업의 기부금 확대는 기업 성장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정부 정책의 기본방향은 개인기부를 최대한 활성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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