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침소봉대(針小棒大)인가. 정책ㆍ통화 당국의 악화된 한국 경제 상황 은폐(隱蔽)인가. ”
한ㆍ미 FTA 정상회담 이후 발표문에 담긴 한미 통화스와프를 두고 웃지못할 헤프닝이 벌어졌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밤 11시경 ‘한미 정상회담 결과 언론 발표 변경사항’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긴급히 타전했다.
이 자료에는 발표문의 내용 중 ‘2008년 금융위기시와 같이 외환유동성 공급을 통한 환율 안정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 하고...’라는 문구에서 ‘외환 유동성 공급을 통한’이라는 내용을 삭제하고 ‘향후 필요시’로 수정됐다는 내용이었다.
재정부는 변경이유에 대해 “발표문 내용은 지금 한미간 통화스와프 협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현 단계는 한미 통화스왑 협정을 추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측에서는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양국정상이 합의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세계 경제가 악화되면서 한국의 외화 건전성이 나빠졌기 때문에 올 초 종료한 한ㆍ미 통화스와프 협정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라는 의혹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재정부가 당초 문구를 수정한 것도 세계 경제의 위기와 함께 우리나라 외화 건전성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이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와 재정부의 혼선은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장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위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을 시인한 것으로 오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시장에서는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공적을 극대화 하기 위한 ‘침소봉대’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는 말은 곧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과 다를바 없다”면서 “살얼음 판을 걷고 있는 상황에 비춰볼 때 정책 당국자들의 사소한 실수 하나로 신뢰가 무너지면서 시장은 요동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