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도 아닌데 자본감소(이하 감자)를 안건으로 한 임시주주총회 개최 결의가 잇따르고 있다. 통상 주식시장에서는 연말이 되면 재정상태가 부실한 기업들이 한해 결산을 앞두고 상장폐지를 모면하기 위해 임시방편용으로 감자를 선택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상장사들이 연말도 아닌데 때 이른 감자를 결의하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10월 들어 정정공시를 포함 7개 상장사가 감자를 안건으로 포함해 임시주주총회 소집 결의를 공시했다. 이미 상장폐지가 결정돼 정리매매 절차에 들어간 제일창투를 필두로 아인스M&M, 엘앤피아너스, 에이프로테크놀로지, 에스티씨라이프, 현대아이티, 아큐텍 등 7개사가 감자 안건이 포함된 임시주총을 앞두고 있다.
특히 에스티씨라이프는 상장폐지 결정 시한을 앞두고 감자를 결의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상장폐지실질심사 결과 상폐 기준에 해당됐으나 현재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말 현재 153억원의 누적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자본잠식률은 82%에 달한다. 3D테마주로 주목받았던 현대아이티도 90% 감자를 결의했다. 수년째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 회사는 올해 반기말 52억원의 누적순손실과 60%의 자본잠식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본잠식률은 10%에 불과한데 90% 감자를 결정한 기업도 있다. 엘앤피아너스는 횡령·배임설에 휩싸여 지난 6월 중순부터 거래정지 상태다. 올해 상반기에만 290억원의 누적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미처리결손금은 1235억원에 달한다. 또한 상반기에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계속기업가정에 대한 불확실성 및 검토범위의 제한으로 의견거절을 받았다.
이처럼 일부 기업들이 때 이른 감자를 하는 것은 강화된 퇴출 실질심사 기준도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한 연구원은 “과거에는 결산기가 다가오고 상폐심사가 임박해서야 감자를 하는 등 액션을 취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저축은행 사태와 일련의 코스닥상장사 퇴출 사건 및 이와 관련돼 거래소가 꼼꼼하게 살펴보겠다고 밝히고 있어 미리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