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를 점령하라’는 기치 아래 반월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위대가 뉴욕 거점인 맨해튼 주코티 공원에서 쫓겨날 위기를 모면했다.
주코티 공원의 소유주인 부동산 개발업체 브룩필드오피스프로퍼티(BOP)’는 14일(현지시간) 공원 청소를 위해 시위대를 일시 퇴거시키기로 했던 계획을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위대가 일시 퇴거 소식에 강력 반발하면서 공원을 밤새 청소하는 등 나름대로 대처했기 때문.
BOP는 한달 간에 걸친 시위대의 노숙집회로 공원 위생상태가 너무 악화돼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등의 이유로 이날 오전 7시부터 시위대를 바깥으로 내보낸 뒤 대대적인 청소에 나설 계획이었다.
BOP는 청소 후 캠핑이나 드러누워 잠자기, 짐 쌓아두기 등을 금지하는 내부 규정을 철저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시위대가 거점을 잃게 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시위대는 대청소가 시위를 막기 위한 술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시위대는 음식 쓰레기가 가득한 쓰레기통을 비우고 더러운 바닥을 청소하는 등 강제퇴거를 피하기 위한 나름의 명분을 쌓았다.
한편 시위대 일부는 전날 밤부터 시위가 금지된 도로를 행진하다 경찰과 곳곳에서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10여명이 연행됐다.
시위대의 반발이 만만찮다는 소식을 듣고 불상사를 우려한 BOP측은 결국 전날 밤 11시께 뉴욕시에 청소 요청을 철회한다고 통보했다.
캐스 할로웨이 뉴욕 부시장은 이날 새벽 성명에서 “BOP가 오전 7시로 예정돼 있던 청소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BOP와 시위대는 주코티 공원을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겠다는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과의 일전을 불사하겠다고 벼르던 시위대는 승리감을 만끽했다.
밤새 뜬눈으로 보내고 있던 시위대는 청소 연기 결정을 통보받고 “기업의 탐욕과 부패에 대한 우리의 승리”라며 “단결하면 절대 꺾이지 않는다”는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시위대의 대변인 격인 세나이 바라간은 “우리가 강제 퇴거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공원으로 와서 우리를 도왔다”며 시위대의 승리를 강조했다.
시위대는 이날 밤 8시부터 주코티 공원에서 ‘가족들과 함께 잠자기’ 운동을 전개한다.
시위대는 “이번 시위가 청년 실직자들과 과격분자, 파산자 등 일부 불만 세력의 운동이라는 외부 일각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