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김홍선 안철수硏 대표

입력 2011-10-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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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서 제2 창업…글로벌 SW기업 거듭난다"

안철수연구소가 오랜 셋방살이에서 탈출했다. 지난 1995년 3월 창업자인 안철수 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포함해 단 3명이 서울 서초동 40평 남짓한 임대사무실에서 출발한 지 16년만이다.

지난 4일 판교 테크노밸리에 입성한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는 신사옥을 공개하며 판교시대의 ‘존경받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비상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천명했다. 김 대표는 이를 계기로 '제2의 창업'을 선언하고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도약을 약속했다.

◇김 대표 "국내 기업 오명 씻겠다" = 지난 2008년 8월, 안철수연구소 CEO 자리에 오른 김 대표에게 가장 먼저 다가온 무게는 ‘우물안 개구리’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만 성공한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실제로 김 대표 취임이후 안 연구소의 해외시장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한시적으로 OEM공급을 진행했던 마이크로소프트와(MS)의 계약이 끊기면서 해외매출이 크게 줄었다. 더구나 중장기 해외 경영전략을 수립하면서 일시적이지만 국내시장 매출감소도 맛 봐야 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사명감을 그의 마음에서 지울 수 없었다. 그는 짧은 시간동안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기초체력을 키울 수 방법으로 각 국가별로 특성에 맞는 정예 서비스 발굴 및 육성이라는 ‘선태과 집중’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3년여 시간이 흐른 지금, 그의 노력이 결실 맺기 직전이다.

안 연구소가 16년만에 장만한 판교 신사옥은 그에게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이다. 지난 1990년대 후반 벤처붐을 주도했던 많은 벤처기업들이 이름을 지웠고, 동료들마저 떠나가 버린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볼 때 김 대표에게 판교 사옥은 '제2의 창업'이라는 의미를 둘만큼 의미가 남달랐던 이유다.

이날 김 대표는 "안철수연구소가 국내용 기업이라는 외부의 지적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사옥 이전을 계기로 글로벌 보안 시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에게 글로벌시장 진출이라는 또 다른 목표가 걸려든 셈이다.

특히 오는 2012년부터는 글로벌 마케팅 투자도 적극 진행,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 대표는 "이미 안철수연구소의 망분리 제품과 산업보안솔루션 등에서 세계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수년전부터 준비한 안철수연구소 일본 법인이 관제 시큐리티오퍼레이션센터(SOC) 시장에서 자리 잡아 좀 더 적극적으로 시장 드라이브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적극적인 연구개발과 마케팅 투자를 지속하고 내년 2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RSA 콘퍼런스'에 참가, 전세계 보안 업체 및 일반 사용자에게 자사 제품과 기술도 알릴 계획이다.

특히 기존 마케팅 업무와 신규사업, 해외 비즈니스 등을 하나의 마케팅실로 통합해 김 대표가 직접 챙길 계획이다. 마케팅실은 시장조사나 전략수립 등의 기존 역할은 물론 사내벤처와 같은 신규사업 발굴도 담당한다.

◇새집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라" = 안철수연구소 신사옥은 ‘쾌적하면서도 창의적인 일터’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회사 측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쟁력이 창의적 사고에서 파생되는 만큼, 공간적인 장점을 극대화해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대표는 지상 10층 지하 4층으로 구성된 신사옥을 돌며 형 강당을 연상케 하는 '안랩 계단'으로 꾸며진 1층과 카페 및 프로젝트룸이 위치한 2층, 품질보증 테스트룸과 서버실이 있는 8층, 보안관제센터가 위치한 9층, CEO실이 있는 10층을 직접 소개했다.

특히 폐쇄적 위치에 놓여있던 계단을 층과 층을 연결하는 오픈된 공간으로 옮겨놓은 일종의 오픈형 계단인 '그린샤프트(Green Shaft)'에 대한 소개를 강조했다. 안 연구소의 계단은 단지 층과 층사이를 오고가는 대체수단이 아니라 직원들간의 '대화'가 이뤄지는 공간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처럼 김 대표가 사옥을 마련하며 단순한 사무실이 아닌 창의적 개발 문화의 인프라를 구현하겠다고 맘먹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사오기 전 여의도 CCMM빌딩이 공간적 제약 때문에 각 부서 구성원 사이에 자연스러운 만남이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벤처 1세대 기업이지만 직원들의 근무환경은 '벤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과거 안철수연구소에서 처음 CEO직을 담당하게 됐을 당시 가장 답답했던 부분이 창의적 사고를 위한 공간이 부족했던 점"이라며 "이번 신사옥은 설계 단계부터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개방형 공간을 강조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프트웨어 기업의 특성상 폐쇄된 공간에서의 생활은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개방된 공간에서는 창의적인 사고가 나오기 마련"이라며 "과거를 되돌아 보면 다양한 아이디어와 참신한 사업 아이템은 주로 직원들과의 자유로운 대화로부터 얻은 사례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안 연구소의 600여 명 직원들이 지난 4일부터 출근하기 시작한 판교 신사옥은 지하 4층, 지상 10층으로 구성된 연면적 1만 평(3만6000 평방미터)의 건물로 2006년 부지를 선정하고 2009년 11월에 착공해 지난 9월 준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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