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골프영웅들이 은퇴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따 대회를 만들었다. ‘황금곰’잭 니클로스나 미국의 골프전설 아널드 파머 정도가 이름을 붙였을까 아시아에서는 아예 없다.
특히 현역시절에 자신의 대회를 갖다는 것은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타이거 우즈(36·미국)조차 타이거우즈재단을 통해 대회를 열지만 우즈의 이름은 빠져 있다. 그냥 ‘셰브론 월드 챌린지’다. 미국여자프로골프 통산 25승의 박세리(34)도 박세리배 주니어대회는 열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골프대회는 아직 없다.
주인공은 최경주(41·SK텔레콤)다. 대회는 오는 20일 경기도 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클럽에서 개막한다. 대회명은 코리안투어겸 아시안투어로 ‘CJ Invitational hosted by KJ Choi’이다. 지난 8월 CJ그룹이 미국에서 가진 대회 후원 조인식에서는 ‘2011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이었다.
그런데 대회를 놓고 석연찮은 이야기가 오간다.
대회를 앞두고 마음 한구석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 사람은 바로 스카이72GC 김영재 사장이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5월 최경주는 SK텔레콤오픈 출전 차 한국에 왔다. 이때 ‘최경주 대회 개최’를 공식 발표했다. 대회 장소였던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GC에서 예정에도 없던 깜짝 발표를 한 것이다. 스카이72GC의 보도자료를 통해서. ‘KJ CHOI 인비테이셔널(가칭)’을 10월 20일 한국에서 개최한다는 것. 5월 23일 기자회견까지했다. 이날 김영재 스카이72 사장과 피홍배 최경주 재단 이사장, 최경주, 성기욱 한국프로골프투어 대표이사, 칠라 한 아시안투어 회장, 로비 헨치먼 아시안투어미디어 대표가 참석했다.
사실 대회는 어렵게 성사됐다. 당시 김영재 사장은 다리를 다쳐 절룩거리면서 최경주 매니지먼트사인 IMG 한국지사와 무상으로 골프장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대회 개최를 결정했다. 현물개념으로 5억원 안팎이다. 1일간 영업을 하지 않고 장소를 임대해주면 이만큼 손해라는 얘기다.
그런데 타이틀 스폰서를 잡지 못한 IMG코리아가 덜컥 CJ그룹과 3년간 매년 20억원을 지원한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자 골프코스는 자연스럽게 스카이72에서 3개월만에 해슬리나인브릿지로 옮겨 갔다. 장소가 이미 결정된 것이어서 CJ그룹은 장소교체를 기대치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해슬리나인브릿지가 받아들이면서 코스도 쉽게 해결됐다. 물론 대회 장소 변경과 관련해 최경주는 김영재 사장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했을 터.
공교롭게도 최경주는 스카이72 홍보대사이고, 김영재 사장은 최경주재단의 사외이사, 해슬리나인브릿지클럽 김운용 대표는 재단 이사다.
장소야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다. 스폰서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절차가 문제다. IMG는 스포츠선수 등을 관리하는 미국의 거대 매니지먼트사다. 스폰서를 유치하고 대회를 개최해야 수익이 생긴다. 그들은 이익이 우선인 셈이다. 의리(義理)는 별로 안중에 없어 보인다. 의리는 사전적 의미로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가리킨다.
이때문에 이번 대회가 개인 이름을 달고 처음 열리지만 그리 빛나 보이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