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운용규제에 시중銀 반발

입력 2011-10-2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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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고금리 주도한 건 정작 증권·보험사인데…”

금융당국이 퇴직연금신탁에 예금 등 자사의 원리금 보장상품을 70% 이상 담지 못하도록 하자 은행권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금리 제시 등 금융회사 간 과당경쟁이 진정되지 않자 금융당국이 규제책을 내놓은 것이지만 정작 고금리 경쟁을 주도한 보험사와 증권사를 제외한 채 은행만 주로 규제를 받게 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안을 확정하고 오는 12월부터 퇴직연금 자사 원리금보장상품 운용비율을 70%로 제한했다.

현재 은행 고객이 선택한 정기예금 등 자행 원리금보장상품에 운용하도록 지시하는 비율은 93%에 달하지만, 12월부터는 고객이 90% 이상 거래은행 정기예금으로 운용되기를 원하더라도 비율을 초과하는 20%가량은 고객의 선택과 관계없이 다른 퇴직연금 사업자의 상품으로 운용될 수밖에 없다.

은행권은 이번 규정 개정이 차별적인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험은 실제 운용에서 자사상품이 없어 이번 개정안 적용을 받지 않는데다 증권사 역시 자사 원리금보장상품 운용비율이 낮아 은행권만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는 것이다.

은행권은 정작 고금리 경쟁을 주도하는 보험사와 증권사를 사실상 규제에서 제외한 것은 규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56개 퇴직연금 사업자의 홈페이지에서 퇴직연금 자사 원리금보장상품의 공시금리를 조사한 결과, 18일 현재 14개 생명보험사 중 6개, 8개 손해보험사 중 4개 사업자가 연 5% 이상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17개 증권사 중 5개 사업자가 5% 이상의 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은행권은 최고금리가 4.83%에 불과해 17개 사업자 모두 5% 미만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사업을 은행, 보험, 증권이 동일하게 수행하는데 은행에만 규제를 적용한다면 은행 고객만 차별적인 피해를 감수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객 선택권을 침해하고 민원발생 소지가 크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운용비율이 70%를 넘어가면 고객의 선택과 관계없이 타사 상품에 투자를 하도록해 ‘고객 선택권’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며 “아울러 타사 상품에 투자를 했다가 손실이 발생하면 고객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을 수 있는 등 민원발생 소지도 높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주가 하락으로 주식형 퇴직연금 펀드의 수익률이 한 달 동안 10.78% 하락한 데 비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8월부터 10월 초까지 최저 연 4.03%에서 최고 연 4.85%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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