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내부 비리와 관련한 대대적인 감찰에 착수했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조현오 경찰청장은 22일 오전 60여명의 경찰청 간부를 긴급 소집해 장례식장 비리 등 경찰 내 유착 비리를 척결할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조 청장은 "그동안 경찰의 강도 높은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장례식장 유착 등 비리 행태는 국가와 국민이 부여한 수사 주체로서 사명감을 망각한 부끄러운 행태"라며 격한 감정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최근 제기된 장례식장 비리에 대해 본청 감찰 라인을 총동원해 검찰 수사와 별도로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남부지검은 변사한 시신을 안치하기 위해 경찰관에게 뒷돈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 구로구의 한 장례식장을 최근 압수수색 했다.
경찰은 이번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관련 경찰관에 대해 파면 등 징계는 물론이고 형사처벌도 추진하기로 했다.
동료 비위를 눈감아 준 경찰관을 비롯해 미온적으로 대처한 지휘관과 감독자 역시 엄중 문책할 방침이다. 또 전국 경찰서의 변사사건 처리절차를 점검해 명확한 지침을 내리고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본청과 지방청에 감찰·수사·생안·교통 등 기능을 포함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경찰 조직 전반에 걸쳐있는 잔존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합동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종준 경찰청 차장은 간부회의 직후 전국 지방청장 화상회의를 소집해 경찰 수뇌부의 이 같은 부패 척결 의지를 전달했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 21일 인천의 한 장례식장 앞에서 발생한 폭력조직 간 유혈 난투극 사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안영수 인천 남동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형사과장과 강력팀장ㆍ상황실장ㆍ관할 지구대 순찰팀장을 중징계하기로 했다. 현장 출동 경찰관도 감찰 조사 후 징계할 방침이다.
당시 인천지역 2개 폭력조직 130여명이 충돌을 빚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눈앞에서 조폭 한 명이 흉기에 찔리는데도 이를 막지 못했다.
조현오 청장은 현장 조치가 미흡했던 데다 사건 경위를 경찰청 지휘부에 알리는 과정에서도 축소·허위 보고가 있었다면서 엄중 문책을 지시했다.
경찰청 감찰라인은 이에 따라 인천 남동서뿐 아니라 인천청 지휘부와 본청 수사 보고 라인에 대해서도 감찰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10만 명에 달하는 경찰 중 비리 혐의자는 200명 안팎에 불과한 만큼 구석구석에 숨은 이들을 색출해 분리해야 올바른 분위기가 정착될 수 있다"면서 "전·의경 구타·가혹행위 근절 대책에서 보듯 환부를 드러내고 과감한 조치를 취하면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제66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경찰이 명실상부한 수사의 한 주체가 됐다"며 경찰 내 비리 척결 등 책임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