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24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의 캠프를 찾았다.
안 교수는 사전에 준비한 A4 2장 분량의 서한을 박 후보에게 건네며 “멀리서나마 성원하고 있었고 응원차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시장이 되면 상식에 기반하고 누구나 미래를 꿈꾸면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모든 서울시민들이 되기를, 그런 시정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 교수는 곧이어 가진 박 후보와의 비공개 회동에서 “이번 서울시장 투표율이 60%를 넘었으면 좋겠다”며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네거티브가 너무 심했다. 박 후보가 선거에서 이겨 네거티브를 뿌리 뽑길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송호창 선대위 대변인이 전했다.
대신 기대했던 안 교수의 현장 지원 유세는 없을 것이라고 선대위 측은 밝혔다.
다음은 안 교수가 박 후보에게 건넨 자필편지 전문이다.
1955년 12월 1일, 목요일이었습니다.
미국 앨라배마 주의 ‘로자 파크스’라는 한 흑인여성이 퇴근길 버스에 올랐습니다.
잠시 후 비좁은 버스에 백인 승객이 오르자 버스 기사는 그녀에게 자리를 양보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그녀는 이를 거부했고,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움직임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미국 흑인 인권운동에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흑인에게 법적 참정권이 주어진 것은 1870년이었지만, 흑인이 백인과 함께 버스를 타는 데는 그로부터 85년이 더 필요했고, 그 변화를 이끌어낸 힘은 바로 작은 ‘행동’이었습니다.
후에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게는 여느 날과 똑같은 날이었지만 수많은 대중들의 참여가 그날의 의미를 바꿔놓았다”
‘선거’는 바로 이런 ‘참여’의 상징입니다.
저는 지금 우리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변화의 출발점에 서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시장선거는 부자 대 서민, 노인 대 젊은이, 강남과 강북의 대결이 아니고, 보수 대 진보의 대립은 더더욱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선거만은 이념과 정파의 벽을 넘어 누가 대립이 아닌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누구의 말이 진실한지, 또 누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말하고 있는지”를 묻는 선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55년 전의 흑인여성 ‘로자 파크스’처럼, 우리가 ‘그날의 의미를 바꿔놓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참여야 말로 시민이 주인이 되는 길이며, 원칙이 편법과 특권을 이기는 길이며, 상식이 비상식을 이기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천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고 이른 아침 투표장에 나갈 것입니다.
여러분도 저와 함께 해주시기를 간곡하게 청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