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오션을 찾아서]식품업계 '바이오' 앞으로

입력 2011-10-2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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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신소재 개발…친환경으로 소비자 입맛 유혹

▲식품업계는 기존 한정된 상품군들의 성장 한계가 지속적인 정부개입 등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사진은 CJ제일제당이 2007년 브라질 파라시카바에 준공한 라이신 공장 전경.
지난 5월 CJ제일제당은 의미있는 인사를 단행했다. CJ그룹의 구원투수로 이름을 날리던 김홍창 전 대표 대신 CJ제일제당의 바이오와 사료 부문을 총괄했던 김철하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업계에서는 CJ그룹이 CJ제일제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나갈 성장축으로 전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바이오 부문을 더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포화상태 시장 친환경 바이오공법으로 승부 = 김 대표는 세계 1위의 핵산과 2위인 라이신 생산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사료용 아미노산인 메치오닌을 본격적으로 생산해 2015년까지 바이오 부문에서만 2조원의 매출을 거두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CJ제일제당에서 그동안 명실상부한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바이오 부문을 이처럼 확대시킬 계획을 밝힌 것은 포화 상태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기존 시장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적용해 블루오션으로 전환시킬 자신감의 표출로 볼 수 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의 시장, 즉 ‘퍼플오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메치오닌’의 본격적인 생산이다. 김 대표는 2014년 초부터 세계시장 40억 달러 규모인 메치오닌을 석유 화학공법이 아닌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당과 포도당을 이용해 바이오 공법으로 생산할 수 있어 시장성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지난 4월초 메치오닌 핵심원료에 대한 오랜 경험과 다양한 노하우를 보유한 프랑스 아르케마(Arkema)社와 손잡고 총 4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말레이시아 테렝가누(Terengganu)주에 위치한 컬티(Kerteh)지역에 2013년 말 완공을 목표로 연간 8만톤 생산규모의 메치오닌 공장을 내년 중순부터 건설키로 했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는 “CJ제일제당이 앞으로 글로벌 그린바이오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수익성과 시장가능성이 높은 4대 사료용 필수아미노산 체제는 기본”이라며 “친환경 바이오공법으로 생산한 세계 최초의 메치오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30여 년간 석유 원료로 화학공법을 통해서만 생산한 메치오닌은 세계 유수의 바이오기업들이 친환경공법으로 메치오닌을 만들려 했으나 모두 상업화에 실패한 고부가가치사업이다. 석유가 고갈되고 있는 현실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탕수수와 옥수수 등과 같은 친환경적인 바이오원료를 활용한 경제적인 기술을 갖췄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어 글로벌시장으로부터의 큰 호응이 예상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CJ제일제당이 이미 메치오닌을 생산하고 있고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글로벌 기업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사업계획을 천명한 건 후발주자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1,2위에 오를 수 있었던 기존 사업의 성장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CJ의 대표적인 바이오 사업분야인 핵산은 발효기술을 적용한 식품조미 소재이고 라이신은 가축사료에 쓰이는 아미노산이다.

1997년 핵산 사업에 뛰어들어 2005년 중국으로 생산 거점을 확대하면서 연간 최대 생산 가능량을 세계 1위 수준인 1만3200톤으로 늘렸다. CJ제일제당은 2013년까지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핵산과 라이신 점유율을 각각 42%, 27%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식품업계, 바이오 투자 활발…회사에 효자 노릇 = 올 상반기 식품회사들의 영업이익증감률이 두자릿수 이하로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50% 가까이 오른 회사가 눈에 띄었다. 청정원 브랜드로 유명한 대상이다. 대상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률이 47.9%로 늘어났다. 대상관계자는 “가공식품 등이 평년에 비해 어느 정도 유지를 해준데다가 전분당 사업의 호조로 실적이 좋았다”고 말했다.

대상은 올해 초 옥수수에서 추출한 천연 소재인 전분(澱粉)을 이용한 친환경 녹색 신소재 4종을 개발 완료하고, 저탄소 녹색 성장 사업 분야에서 2016년까지 1000억원의 매출 목표를 세웠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전분당 사업 분야에서 2016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개발된 소재는 도료나 금속 등의 코팅제로 사용되는 전분계 에멀션(emulsion) 수지와 포장 및 가구제작 등에 쓰이는 핫멜트형 접착제, 화장품 등에 들어가는 탈크를 대신할 대체제, 폐수 처리시 사용되는 메탄올 대체 폐수처리제 등 4가지다.

대상측은 이번 신소재가 기존의 석유화학계를 대체하는 옥수수 유래 천연소재로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할 수 있어 성장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대상은 생물자원에서 바이오 연료와 바이오 기반 화학제품을 만들어내는 바이오리파이너리(biorefi nery)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현재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대상중앙연구소를 통해 자동차와 전자제품 및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원료, 합성섬유 중 흡습성과 가공성이 뛰어난 나일론4의 원료 등 석유 대체제품 소재의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주요 화학회사들과 바이오 소재 사업화를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대상은 2016년까지 바이오 부문에서 매출 3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빙그레도 2009년 자일리톨의 원료인 '자일로스'를 생산하기 위한 해외 합작 법인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신소재 사업에 합류했다. 아이스크림과 바나나우유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낀 빙그레는 매년 300억원 정도의 매출이 예상되는 이 사업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3일 3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아이오와주에 연간 생산량 10만t 규모의 라이신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선양에서 총 4억달러를 들여 사료용 아미노산인 라이신과 스레오닌, 식품 조미소재인 핵산을 생산하는 그린바이오공장을 짓는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은 20% 가까운 성장을 지속하며 CJ제일제당의 효자사업 분야로 우뚝 섰다. 작년 한해 해외 바이오사업 부문에서 사상 첫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세계시장에 선전했다. 국내회사에서 그린바이오사업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그 의미가 컸다. CJ제일제당은 2015년 매출 3조원, 영업이익률 20% 이상을 달성해 CJ제일제당의 중장기 목표인 연결기준 매출 15조원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철하 대표는 “CJ제일제당은 지속적으로 신제품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공격적인 영업/마케팅활동을 펼칠 것"이라며 "향후 핵산과 라이신, 메치오닌 등 기존사업 강화는 물론 다양한 산업소재로까지 사업을 확대해 글로벌 그린바이오 No.1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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