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화 속 '동반성장' 현실서 실천하라

입력 2011-10-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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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킹스스피치’라는 영화가 있다. 영국 조지 6세의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겨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수상한 화제작이다. 말더듬이 왕 조지 6세와 그의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의 우정이야기를 통해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는 작품이다. 내게는 이 영화가 좀 더 각별하게 느껴진다.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우정을 넘어선 ‘동반성장’의 전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직전 즈음 훗날 조지 6세가 되는 영국의 황태자 버티는 심한 말더듬이 증상을 갖고 있었다. 부친 조지 5세의 서거와 형인 윈저공의 왕위 포기로 갑자기 왕좌를 물려받게 된 그는 말더듬이 장애 때문에 좌절한다. 그의 역할인 ‘왕’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전달하고 국민을 설득시켜야 하는 연설능력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괴짜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가 나타난다. 로그는 버티의 증상이 심리적인 억압과 왕위에 대한 부담에서 오는 것임을 알고 천천히 황태자 마음을 열어간다. 버티 역시 로그와의 신뢰와 우정을 바탕으로 말더듬이 증상을 고쳐나간다. 결국 왕으로 부임한 조지 6세는 히틀러의 공습으로 불안에 빠진 전 영국민을 대상으로 감동적인 연설을 펼친다.

이후 조지 6세는 단호하고 힘 있는 연설로 국민들의 마음을 단결시켜 무사히 2차 세계대전을 마무리 했고 로그 역시 전시 중 국왕을 도운 공로를 세워 로열 빅토리아 훈장위원회의 대표로 임명되고 기사 훈장도 수여받는다. 둘의 끈끈한 우정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전 영국을 하나로 뭉치게 한 동반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이들의 ‘동반성장’이 처음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왕족-평민의 신분차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았고 버티가 로그의 지적에 화를 참지 못하기도 한다. 로그에게 박사학위가 없다는 주변의 시기로 둘 사이에 냉전이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동반성장’에 성공했다. 조지 6세는 로그의 솔루션을 믿고 따랐으며 그를 최고의 치료사로 인정했다.

치료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로그가 조지 6세를 환자가 아닌 친구로 생각해 진심을 다했기 때문이다. 버티에게 엄청난 의지가 있음을 상기시켜주며 스스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맞춤형 솔루션으로 그를 끌었다. 자신의 치료기법만을 강요한 다른 치료사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이 성공 전략인 셈이다.

동반성장도 마찬가지다. 동반성장은 대-중소기업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단점을 보완, 장점을 배가시키기 위한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단지 ‘을’로 보지 않고 사업 파트너로 대우해야 한다. 협력기업은 분명히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 성과에 일조할 것이다. 중소기업도 현재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꾸준한 연구개발로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끊임없는 분석으로 대기업이 필요한 솔루션을 제시해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버티와 라이오넬의 동반성장 성공스토리는 그저 영화 속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때로는 현실이 영화보다 더 감동적이고 극적이라는 것을. 기업 간 동반성장은 상대를 존중하는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우리가 경쟁과 약육강식의 논리에 잊고 있었던 최소한의 신뢰와 공정한 거래문화, 파트너십 회복이 그 과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 기업의 동반성장 실천이 다른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 동반성장의 문화가 확산되는 그때 살아있는 동반성장의 영화가 대한민국의 기업문화를 바꿔놓을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 그들의 영화 이후 삶에 대한 자막이 나온다. “라이오넬과 버티는 평생 친구로 남았다” 이제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이들처럼 대한민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후대에 아름답게 기억되기를.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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