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제동 "정치참여? 힘없는 자들에게 마이크를 주는 일"

입력 2011-10-2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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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제동이 웃었다. 자신이 쓴 인터뷰집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의 1차 인세 정산분 7000만원의 기부를 위해 아름다운 재단을 찾은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가지 않았다.

박원순 재단 상임이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시장으로 당선된 뒤라 그의 이날 기부식에 대한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공개적으로 박 시장을 지지한 연예인 중 한 사람이다.

이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보면서 정치적 색깔을 만천하에 드러낸 바 있다. 일반인들로선 그의 이번 행보를 심상치 않게 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주변의 시선에 손사레를 쳤다.

김제동은 연예인으로서 정치적 행보를 걷고 있다고 믿는 주변의 시선에 대해 오히려 의아해했다. 그는 먼저 ‘연예인’이란 단어를 설명했다. ‘공인’이란 일반적 개념이 아닌 직업적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것.

그는 “연예인이 뭐냐. 연예인도 하나의 직업일 뿐이다. 시민이 가질 수 있는 수많은 직업 중에 하나”라면서 “시민이기에 방송에 나와서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이다. 난 방송에서 한 번도 선거 운동을 한 적이 없다”고 일부 주변의 시선에 반박했다.

김제동은 자신이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분명히 했다. 상식과 몰상식의 논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쪽에서만 보면서 상식만 상식이라고 고집하는 게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몰상식”이라며 “내가 하는 일은 정파나 인물을 지지하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정치적 행보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대학 등록금 문제도 거론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등록금은 날로 치솟고 있다. 이에 대해 “난 등록금을 낼 능력이 얼마든지 된다. 때문에 내가 언급한 반값등록금지지 주장에 ‘위선’이란 질문도 받았다”면서 “이는 바꿔 말하면 낮에 수혜복구하고 밤에 클럽가면 ‘위선’이란 말과 같다. 밤새도록 술마시고 낮에 자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고 되묻고는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한때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석한 경험도 털어놨다. 당시 경찰의 시위대 해산 방송을 듣고 적잖이 속이 상했었다고 한다. 김제동은 “경찰이 해산 경고 방송을 하면서 ‘당신들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라는 말을 하더라. 그들에게 ‘학생들은 배울 권리가 있는 거다’라 말하고 싶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속에 맺힌 응어리가 남아서였을까. 김제동은 어디에서도 공개하지 않았던 자신의 재산내역도 털어놨다.

그는 “난 자수성가했다. 전세 5억5000만원 동부 이촌동 아파트를 포함해 동산-부동산 다 합치면 재산이 20억원 쯤 된다. 이를 공개하는 것은 ‘미안함’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며 “연예인으로서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는 것이라기보단 99%의 아픔에 동참하려는 것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대중들에게 당부했다.

김제동은 대중 및 정치적인 성향의 집회에는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만 유독 언론과의 만남에선 볼 수가 없는 연예인이다. 그는 “마이크가 필요한 곳에 대주는 것을 인터뷰라고 한다. 진짜 힘없는 사람들은 인터뷰의 기회조차 없다. 진짜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카메라나 마이크가 가지 않는다. 그분들을 위해 마이크를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김제동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를 지지했다. 선거 결과가 나온 선거 당일 자정께 광화문 광장으로 달려나가 지지자들과 축하를 함께 나눴다. 당초 그는 박후보의 선거 멘토단에 참여를 요청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거절했다. 이유가 뭘까.

그는 “박 시장은 변호사이시지만, 난 전문대 밖에 못나온 사람이다”면서 “내가 그런 분의 멘토로서 자격이 있겠냐”며 부끄러워했다. 김제동은 트위터를 통해 대중들에게 선거를 독려하기도 했다. 단순히 자신이 지지하는 박 후보를 돕기 위함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말하고 싶었던 것은 투표율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어느 당을 찍든 ‘당신들 까불면 당신 이 다친다. 교체될 수 있다’는 의식을 정치인들이 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봐달라”는 부탁했다. 그는 이어 “어느 당을 지지했든 그 당이 집권하면 지지에서 감시의 입장으로 눈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제동은 시민들에게 “(권력이) 끊임없이 국민들 눈치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투표율이 올라간다는 것은 승부의 문제가 아니라 경고의 문제다. 우리 마음이 그렇다는 것을 제대로 표출하는 것”이라고 투표에 대한 소신을 전했다.

이런 점에서 한 정치인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단 이유로 방송국에서 퇴출당한 김흥국을 거론하며 안타까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그분(김흥국)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누구를 지지하고 누구를 지지하지 않고는 권리”라며 “상대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면 내 권리가 침해될 때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시민들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된 정치적 질문에 손사레를 친 그는 이날 자리의 의미를 설명했다. 자신이 쓴 인터뷰집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의 인세 1차 정산분 7000만원을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 기부하기 위한 것.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는 사회 각층의 유명인들과의 인터뷰 모음집으로, 지난 4월 출간 이래 현재까지 18만부가 팔린 상태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제동은 “인세를 기부한다는 의미보다는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다는 의미로 해석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아름다운 재단에 ‘환상의 짝꿍기금’을 조성해 3000만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2년째 기부를 해오고 있다. ‘환상의 짝꿍기금’은 저소득가정 아동들을 대상으로 문화체험과 교육을 위한 캠프사업이다.

김제동은 “MBC ‘환상의 짝꿍’을 하면서 아이들을 위해서 쓰이기 위한 기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며 “아이들에게 투자란 개념으로 다가가기 보단 이런 기금조성을 통해 아이들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에 대한 이 같은 생각은 그에게 단순한 의미를 넘어선다. 개인적인 꿈을 위한 첫 걸음이다. 바로 대안학교 설립이다.

김제동은 “이런 기금조성이 대안학교로 가는 첫 걸음이라 생각한다. ‘숨결학교’라는 이름도 이미 지어놨다”라며 “(아이들에게)주입되어지는 교육보다 늘 아이들에게 뭘 하고 싶은지 물음을 던질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때문에 이번 보궐선거의 한 요인인 무상급식 문제도 다시금 되짚었다. 그는 “아이들이 눈칫밥을 먹어서는 안된다”며 기존 공교육 제도 대한 문제점까지 거론했다. 그는 지금의 주입식 교육이 가지는 문제점을 전쟁에 비유하며 어른들 모두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부탁했다.

김제동은 “‘월남전 사망자보다 학업 때문에 자살한 학생들 숫자가 더 많다’고 들었다. 이미 학업은 전쟁 수준으로 변해버렸다”면서 “이 정도까지 몰아붙인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따로 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 문제에 대해서 (어른들이) 같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했기 때문일까. 대안학교 설립에 대한 꿈도 다시 언급했다. 다시 말해 그는 진짜 아이들이 행복한 것이 무엇인가 어른들로서 생각하고 또 그들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것. 김제동은 대안학교 학생과 만나 나눴던 일화를 소개했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그는 “대안학교의 아이들은 잠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모든 것이 아이들의 자율로 움직인다”면서 “그런 자율 속에서 함께 느끼고 경험한 기억들을 공유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런 기억과 추억들이 사람들을 진짜 살아가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교육 환경이 조성된다면 보다 창의적인 인재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바람도 전했다. 김제동은 “미국에서 스티브 잡스 같은 창의적 인물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우리 애들보다 시간이 많기 때문 아닐까”라며 “우리는 교육 시스템이 완전한 주입식 또는 몰입식이다. 시간에 쫓겨 아무것도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이들의 꿈은 다양하다. 슈퍼맨 또는 스파이더맨이 되고 싶은 꿈도 있다”면서 “이런 꿈을 왜 갖게 됐는지를 물어봐주고 들어주며 함께 공감하는 선생님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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