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30일 ‘혁신과 통합’ 주도의 야권 대통합론을 경계하고 나섰다.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의 10.26 재보선 책임론을 지적한 데 따른 연장선상이다.
차기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혁신과 통합 내에서 ‘민주당은 역사적 과오가 있어 해체가 필요하다’ ‘혁신과 통합이 도덕적 권위가 있기 때문에 통합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과 통합은) 통합의 대의나 지지층의 여망에 대해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고, (민주당은) 국민 요구에 대해 혁신의 모습으로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야권 대통합이 공천 지분 나누기식으로 가면 안 된다”며 인위적 통합 방식의 진정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러시아 시인 네크라소프의 시구를 인용한 뒤 “최근 민주당이 슬퍼하지도 분노하지도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선(先) 전당대회를 통한 혁신, 후(後) 야권통합 방침을 재확인한 뒤 “민주당은 지지층을 설득해 대통합 흐름을 받아들일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당은 여기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결론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해 “(정치) 프로 중의 프로인 것 같다”면서 “야권의 통합과 대선주자 선출 과정에 동참하면 좋겠지만 야권 후보가 정해진 뒤 대선 2~3 개월을 앞두고 나올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앞서 28일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당이 선거대행업체로 전락한 점을 지적한 뒤 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총사퇴를 주장했다.
그는 이 글에서 “민주당이 직면한 위기의 실체를 직시하면서 무엇이라도 고치고 바꾸려는 몸부림도, 반성하고 책임지는 비장함도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서울시장 보선 결과의 아전인수격 해석은 안 된다. 세대와 지역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풀지 못하면 2012년 총선과 대선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통합은 국민의 명령이지만 통합을 주장하는 게 또 다른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환골탈태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손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렸으나 연말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견을 보이며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됐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