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시장에 제2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공포가 퍼지고 있다.
금융분석기관 파이서브는 미국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며 이중침체를 넘어 삼중침체를 뜻하는 ‘트리플 딥(triple dip)’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CNN머니가 지난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이서브는 2012년 6월까지 미국 부동산 가격이 3.6%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이 맞는다면 미국 부동산시장은 지난 2006년 초 고점에서 35% 추락하게 된다.
데이비드 스티프 파이서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포어클로저 증가와 고용 악화 등이 부동산시장을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서브는 미국 부동산시장이 거품 이후 첫 바닥을 치면서 고점 대비 가격이 31% 빠졌던 2009년을 첫번째 위기라고 평가했다.
2010년 중반 부동산시장 회복 기대감이 대두되면서 가격도 올랐지만 이같은 상승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두번째 침체 시기는 고점 대비 33%까지 가격이 하락했던 지난 겨울이라고 파이서브는 덧붙였다.
당시 미국 부동산시장은 모기지 업체들의 부적절한 대출심사 관행인 ‘로보-사이닝(robo-signing)’ 문제가 불거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최근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리얼티트랙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포어클로저 신청은 3개 분기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주택대출자의 신규 디폴트(채무불이행) 비율도 14%로 높아졌다.
포어클로저가 늘어나면서 이른바 ‘그림자 재고(Shadow Inventory)’ 폭탄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림자 재고란 주택압류나 헐값세일 대상이 되는 주택을 뜻한다.
은행이 담보로 제공한 주택을 압류한 뒤 헐값에 경매 처분하면 이는 시장에 공급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으며 주택 가격 하락을 이끄는 요인이 된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마크 도처 텍사스A&M대 경제학 교수는 “압류 주택이 시장에 밀려들 경우 가격 급락은 불가피하다”면서 “이같은 그림자 재고 주택이 600만채에 달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부 지역은 내년 중순까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패닉 현상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파이서브는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부동산 가격은 내년 6월까지 18.9%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이미 고점 대비 61% 하락한 상태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역시 내년 중순까지 부동산 가격이 15.9% 하락하고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는 14.8% 내릴 전망이다.
전망이 맞는다면 이들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고점 대비 60% 이상 하락하게 된다.
트리플 딥 이후에도 시장 분위기는 쉽게 나아지기 힘들 전망이다.
파이서브는 2012년 중반부터 시장이 개선되기는 하겠지만 이후 1년 동안 가격 상승폭은 2.4%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용어설명: 포어클로저(foreclosure)
미국에서 주택소유주들이 담보로 내놓은 주택에 대한 권리를 상실하는 것을 뜻한다. 모기지를 제공한 금융기관은 대출자가 이자 및 원금을 갚지 못할 경우 주택을 압류하고 경매에 처분하는 포어클로저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