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전 시장의 주요 사업을 앞장서 수행해 온 그가 시장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대변인에 임명되자, 시민단체는 물론 선거에서 박 시장을 지지한 시민들 사이에서 의아한 표정이다.
특히 박 시장은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불필요한 전시성·토목성 사업으로 분류하고 “전면 재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기에 더욱 이번 인사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한강운하백지화서울행동은 이번 인사에 대해 “10·26 선거를 통해 드러난 서울 시민들의 뜻, 전시성 토목공사에 대한 엄정한 심판의 의미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불과 몇달 전만해도 한강사업의 타당성을 부르짓던 류 대변인이 자리가 바뀜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모습은 상상만해도 ‘블랙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공무원 조직을 향한 시민들의 불신은 또 얼마나 커질 것인가?
물론 일부에서는 박 시장의‘혁신’과‘관용’을 잘 보여준 인사라고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임 시장의 중점 정책을 담당한 공무원이라도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고 포용하겠다는 방침을 실천했다는 것이다.
상식과 원칙을 벗어난 혁신은 그 만큼 위험하다. 로마제국을 건설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적장을 중용했던 리더로, 내란을 일으킨 브루투스의 죄를 사면했을 뿐만 아니라 꾸준히 총애한 일화로 유명하다. 그러나 결국 카이사르의 말로는 어땠나?
가뜩이나 ‘보편적 복지’와 ‘서울시 재정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박 시장의 공약에 대해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구태여 시정 초반부터 자신의 소신을 의심받을 행동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