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를 놓고 여야가 줄다리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미FTA가 체결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식의 FTA괴담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격히 퍼지고 있다.
특히 최대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소문들로 인해 여당과 정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석영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FTA교섭대표는 3일 "광우병 괴담 수준의 사실 관계가 왜곡된 ISD 내용이 유포되고 있다"며 "ISD는 우리나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ISD에 대한 항간의 10가지 오해와 해명내용이다.
①ISD는 우리에게 필요한가
△반대주장 = 이 제도는 자본 수출국인 미국을 위한 것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멕시코 기업이 미국 정부를 중재에 회부한 사건은 하나도 없었다. 양국처럼 사법제도가 발달된 나라에서는 재판절차를 통해 손해를 회복하면 충분하다.
▲해명 = 2006년까지 우리나라의 대미투자는 345억9천만달러로 미국의 대한투자(99억4천만달러)의 3배가 넘어 우리 투자자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이 제도가 필요하다. 미국 기업이 이 제도로 외국 정부를 제소한 108건중, 승소는 15건, 패소가 22건, 합의 18건이며 국제분쟁해결절차 자체도 미국에 유리한 것이 아니다.
②국가의 공공정책 자율권이 훼손된다
△반대주장 = ISD 도입으로 정부는 공공정책을 펼 수 없다. 공공영역이라 하더라도 미국인 투자자들의 사업과 경쟁관계가 되면 해당 사업을 문제 삼을 수 있다. 이로 인해 국가 정책 추진의 자율성이 제약당한다.
▲해명 = 한미 FTA 협정상 ISD 제소요건은 투자유치국의 의무 위반, 투자자가 손해 및 손실을 입은 경우 등으로 제한적이고 공공정책상 필요한 사항은 적용배제, 예외설정, 미래유보 등으로 충분히 확보해 뒀다. 공공정책을 투명하고 일관되게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경우 사전검열 같은 '된서리 효과(regulatory chill)'도 없다.
③중재 판정부는 중립적이지 못하다
△반대주장 = 미국의 영향하에 있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사무총장이 의장 중재인을 임명하는 등 미국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한국 변호사는 소수에 불과하고 중재인은 초국적 기업에 편향돼 있다.
▲해명 = 한미 FTA 협정에서 제3의 의장중재인은 당사자 합의로 선정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ICSID 사무총장이 제3국인을 임명하도록 해 중립성을 보장한다. 과거 NAFTA와 관련한 중재판정부의 판례를 보면 ICSID 사무총장이 임명한 4건의 사례 중 미국에 유리한 것이 2건, 불리한 것이 2건이었다.
④사법주권이 훼손된다
△반대주장 = 중재재판부 결정이 국내법 해석에 우월한 권한을 갖는다. 한국의 검찰과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국제 중재에 회부가 가능해 사법주권이 무너진다.
▲해명 = ICSID 중재판정부의 결정이 국내법 해석에 우월한 권한을 갖지 않는다. 미국인 투자자가 국제중재기관에 제소할 때도 자국법이 아닌 FTA 협정문을 기준으로 한다. 중재판정부가 국내 사법 관련 문제로 삼는 경우도 극히 제한된다.
⑤투자자 제소 시 중재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 주장 = 당사국은 투자자의 중재 청구에 대해 동의를 하지 않을 재량권이 전혀 없다. 무조건 중재에 응해야 한다.
▲해명 = 사전동의조항은 투자협정의 핵심 규정이다. 당사국이 동의한 경우에만 중재절차가 개시되도록 하는 것은 ISD제도의 근본 취지에 위배된다. 한중 투자보장협정도 마찬가지다. 중재에 소요되는 기간(2~3년)과 비용을 감안하면 ISD 청구제기가 남발할 것이라는 걱정도 과장된 것이다.
⑥환경정책도 ISD대상이 될 수 있다
△반대주장 = 멕시코 정부가 쓰레기매립장을 인수하려다 법적 소유권을 가진 미국투자자가 문제를 제기해 패소해 엄청난 돈을 물어준 '메탈클래드 사건'에서 보듯 정당한 환경정책이라도 국제중재에 회부될 수 있다.
▲해명 = 이 사건은 투자자의 소유권이 부인됐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자가 소유권을 가진 것을 멕시코 정부가 박탈한데 대해 중재재판부가 간접수용으로 판정한 것이다, 이는 정부조치가 명백히 자의적이고 부당했기 때문이다. 정당한 환경정책은 제소 우려가 없다.
⑦간접수용으로 ISD 제소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반대주장 = 간접수용 보상이라는 용어 자체가 한국의 사법질서에 없다. 부동산 정책 중 지구지정, 개발행위 등 제한 규제가 제소대상이 될 수 있다. 헌법이 정한 범위 이상의 보상을 투자자에게 하도록 강요한 것이며 내국인과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다.
▲해명 = 국내법상 간접수용 개념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헌법상 재산권 제한 시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동산정책을 포함한 공중보건, 안전, 환경 등 정당한 공공복지 목적의 정책은 ISD대상이 아니다. 평등권 침해 주장도 상호주의 입장에서 말이 안된다.
⑧BIT보다 FTA에서 ISD의 제소가 더 많다
△반대주장 = 투자자보호 범위가 '설립후 투자'인 양자 투자협정(BIT)보다 '설립전 투자'까지 포함한 FTA에서 ISD제소 가능성이 높다. 패소하면 그 영향력은 FTA특혜관세 중단이라는 관세 보복도 야기할 수 있다.
▲해명 = ISD 제소대상이 되는 의무범위는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범위가 넓다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작년말 현재 390건의 ISD 사례 중 BIT상 ISD 제소는 303건, FTA 근거한 ISD 사건은 51건으로 차이가 크다. 중재판정 불이행으로 무역보복을 하려면 분쟁절차 회부를 거쳐 협정위반이라는 패널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실제 무역보복에 이른 경우는 매우 드물다.
⑨호주-미국 FTA에서는 ISD가 포함되지 않았다
△반대주장 = 호주는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미국과의 FTA에서 ISD를 포함하지 않았다. 이는 그만큼 ISD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해명 = 미-호주 FTA체결 당시(2004년) 호주의 외국자본 유입이 해외투자보다 월등이 많았다. 그래서 ISD 제외 대가로 호주가 미국에 대한 투자 사전심사 기준액을 2억호주달러에서 10억호주달러로 늘려줬다. 하지만 호주는 이후 23국과의 BIT에서 대부분 ISD조항을 포함했고 다른 나라와의 FTA에도 이를 도입했다.
⑩미국 내에서도 ISD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반대주장 = 미국 내에서도 ISD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사법부, 정치권, 시민단체에서 나왔다.
▲해명 = NAFTA에서 ISD가 도입된 뒤 미국 일각에서 비판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2004년 BIT 모델문안을 개정했다. 미국 내 반대주장은 일부분이다. FTA협정문에는 우리 법.제도상의 법리 등을 포함해 ISD제도를 더욱 개선했다. 중재언어로 한국어도 포함했고 의장중재인의 제3국 요건도 명기했다. 본안 전 항변에 대한 신속처리 절차 등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