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가 4일(현지시간) 실시된 의회 신임투표를 통과했다.
이날 자정을 넘어 표결된 투표에서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내각은 153표를 얻어 과반수인 151표를 넘었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투표 전에 “유럽 지원에 대한 회의가 열리는 월요일까지는 정부가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신임투표 통과를 간청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이날 투표 직전 의회 연설에서 “그리스 2차 구제금융안 비준을 위해서 연립정부 구성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이와 관련 내일 대통령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긴축 재정안 통과를 위해서라면 총리직을 사임할 준비도 돼 있다”고 밝혔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이날 밤 투표를 통해 그리스를 구하려는 과정을 보호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투표까지 이번 주 그리스를 위기에 몰고 간 직접적인 책임은 파판드레우 총리에게 있다는 평가다.
그는 돌발적으로 국민투표를 들고 나와 글로벌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당초 이달로 예정됐던 그리스 1차 구제금융 6회분 80억유로 집행을 연기했다.
결국 파판드레우 총리는 국민투표안을 철회했으나 자신의 책임을 국민들에게 떠넘기려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도라 바코야니스 전 그리스 외무장관은 “총리가 지난 72시간 동안 그리스가 군사독재에서 벗어난 이후 유일하게 잘한 두 가지 일인 유럽연합(EU)과 유로존 가입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총리가 이번 투표에서 승리하면서 우선 군소 정당들과 연정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파판드레우 총리가 자리를 계속 지킬 경우 연정 구성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조기 총선 등 야당의 요구에 어떻게 대처할 지도 주목된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조기 총선에 거부 입장을 밝혔으나 그리스 최대 야당인 새 민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당수는 “파판드레우는 우리의 모든 제안을 거절해왔고 이제 그가 짊어진 책임은 너무 크다”면서 “유일한 해결책은 조기총선”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