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이 12개 증권사 사장들이 기소된 사상초유의 주식워런트증권(ELW)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을 두고 증권업계에서 말들이 많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ELW 상품을 판매하면서 초단타매매자(스캘퍼)에게 부당한 거래선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하고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황 회장은 이날 탄원서를 제출하고 한시간 넘게 진행된 대신증권의 결심공판이 마무리되자 노 사장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뜨거운 포옹을 건넸다.
황 회장이 ELW부당거래와 관련한 증권사의 공판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 회장이 이제와서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협회장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행보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19개 증권사 노동조합은 공동성명서를 내고 황 회장의 행동이 ‘다 차려진 밥상에 가장 큰 숟가락을 올려놓고 밥을 먹겠다’는 것 아니냐며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금융당국도 황 회장의 탄원서 제출에 대해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나서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올해 증권사들은 글로벌 재정위기 여파로 실적악화가 예상되고 있으며 반(反)월가시위 등 녹녹치 않은 영업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황 회장이 증권업계를 대변하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늦게라도 제 역할을 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증권사들의 사활이 걸린 사안을 금융투자협회장 자리에 장기집권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