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 태블릿PC를 납품했던 중소업체들이 KT의 제품 수급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KT가 애플의 아이패드가 인기를 끌자 협력사와 자체 개발한 태블릿PC인 ‘K패드’를 출시했지만, 시장에서 외면당하자 KT가 고의적으로 제품 공급 계약을 파기했다는 것이다.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KT와 20만대 규모의 태블릿PC 구매 계약을 맺은 중소 협력업체들이 KT가 5만대만 사주고 나머지 15만대는 납품을 받고 있고 않고 있다며 이달 초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KT가 계약을 이행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태블릿PC 제조업체인 앤스퍼트와 태블릿PC에 들어가는 부품 제조업체 수십 곳이 공동으로 진행 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앤스퍼트와 20만대 공급계약을 맺은 뒤 이 가운데 3만대를 1차로 공급받아 시장에 출시했다. 하지만 애플 아이패드 열풍에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일부는 반품이 들어오기도 했다.
결국 양측은 올해 3월 계약을 변경했다. K패드는 올해 1월 판매를 중단하고, 4월 판매불가 상품으로 반품처리했다. 이어 계약규모를 561억원에서 177억원으로 축소시키고, K패드 대신 후속 K패드 모델과 인터넷전화기(SoIP)를 납품받기로 했다.
KT는 “우리가 요구한 스펙에 맞지 않아 품질 개선이 필요해 17만대 수급을 미루고 일단 2만대만 추가로 공급받기로 했다”면서 “엔스퍼트 측이 상황이 절박하다면 매달려 다른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엔스퍼트 측은 “KT의 의뢰를 받아 요구대로 제품을 제작 뒤 출시를 앞두고 KT의 검수까지 모두 마쳤다”며 “KT의 요구대로 품질을 개선했으니 KT가 처음 계약을 이행해 15만대를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앤스퍼트는 KT가 약속대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3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봤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만 3차례의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작년 9월 최고 4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577원까지 주저앉았다. 엔스퍼트에 부품을 공급하는 2·3차 업체들 역시 줄도산 위험에 빠졌다. 단말기 케이스를 공급한 한 2차 업체는 5억원 가량의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해 올들어 2~3차례의 부도 위기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