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의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김 원내대표는 10일 “당내 강경파 주장은 (한미 FTA) 내용도 잘 모르고 무조건 반대하는 게 선(善)이라고 생각하는 강경파 당 지지자들에게 ‘쇼’ 한 번 보여주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당에) 짓밟히는 쇼 한번 하고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했다.
이는 손학규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등 당내 ‘강경파’의 “FTA 무조선 반대”를 정면 겨냥한 것으로 한나라당도 환영했다.
‘합의처리’를 강조했던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의회주의를 강조하는 나와 같은 노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 전체에 주는 아주 옳은 말씀”이라며 “한나라당으로써도 뜻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부 기류도 흔들리고 있다.
이날 오후엔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절충안을 내놨던 김성곤 의원 등이 주도한 여야 의원 8인이 성명을 발표해 김 원내대표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성명에서 ISD 절충안을 당론으로 결정하면 민주당은 한미 FTA 비준안을 저지하지 않을 것이며, 한나라당도 강행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강봉균 박상천 신낙균 의원이 동참했고, 한나라당에선 주광덕 현기환 황영철 홍정욱 의원이 참여했다.
손 대표의 측근인 정장선 사무총장까지 “(물리적으로 충돌하면) 그 후유증은 훨씬 크고 길게 갈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김 원내대표를 지지했다.
여전히 유선호 이종걸 의원 등 강경파 사이에선 한미 FTA 비준안을 반대하지만, 점차 세력이 약해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가 통합을 앞두고 다른 야당과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반대한다는 불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민주당이 주도한 통합전당대회가 내달 17일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비준안 처리를 마냥 끌 수만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