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12일 오후(현지시간) 공식 사임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경제 안정화 법안이 통과된 직후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을 만나 사의를 표명하고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을 지낸 경제전문가 마리오 몬티를 새 총리에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정계에 입문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 2008년 4월 3번째 총리에 취임, 10년간 3차례에 걸쳐 총리를 역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재임 중 잇단 성추문과 비리 의혹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 대응에 실패했고, 하원에서 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결국 사임에 이르렀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 8일 2010년 예산지출 승인안 표결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유럽연합(EU)에 약속한 경제 안정화 법안이 통과되는 대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사임은 지난 11일 상원에 이어 이날 하원에서도 연금 개혁과 일부 국유재산 매각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안정화 방안이 찬성 380표 대 반대 26표, 기권 2표의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된 데 따른 것이다.
경제안정화 방안은 유로존 3위의 경제국 이탈리아가 1조9천억 유로에 달하는 정부부채를 줄이고 균형재정을 회복하기 위해 경기 부양을 위한 세금 감면, 2014년까지 150억 유로 상당 국유재산 매각, 2026년까지 연금 지급연령 67세로 상향,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베를루스코니의 뒤를 이을 몬티 밀라노 보코니대학 총장은 경제 위기를 타개할 중립 성향의 관료 중심으로 새 내각 구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몬티 거국내각은 이르면 13일 오후 또는 14일 오전 출범할 예정이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채 금리 급등에 따른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정치 리더십 교체의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여야 정치인들에게 눈앞의 작은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달라며 비상 거국내각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13일 각 정파 대표들과 만나 새 내각 구성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다만 의회를 통과한 경제안정화 방안에는 연금 지급시기 연기와 노동시장 유연화 등 노동계와 서민들의 희생과 양보를 요구하는 사안들이 포함돼 있어 비상 거국내각의 경제개혁 실행 작업에는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