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14일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위한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입장차만 확인하는 등 좀처럼 이 대통령의 방문일정에 대한 협의를 진척시키지 못했다.
임 실장은 “지난주에 이 대통령이 한미FTA 문제는 시간을 끌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해 허심탄회하게 말씀을 나누고 처리협조 요청을 하려고 일정을 잡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러다 국회 사정으로 내일 오시게 돼 있는데 이게 굉장히 중요한 계기로 됐으면 하는 협조 부탁 말씀을 드릴 겸 또 말씀을 들을 겸해서 왔다”고 밝혔다.
이에 손 대표는 “민주당에는 이 대통령이 오신다고 하니 강행처리를 위한 수순 밟기가 아니냐는 의혹들이 많이 있다”면서 “행여나 강행처리를 위한 여론 조성을 위해서 방문하는 거라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논의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그동안 우리가 요구한 ISD 조항 폐기문제에 대해 갖고 오시는 게 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빈손으로 오시면 빈손으로 가셔야 한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제시한 요구 조건에서 충분한 응답을 갖고 오시지 않을 것이라면 오히려 지금 정부와 국회 간 관계만 더 악화시키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임 실장은 그러나 “여야 원내대표 간에 서명한 내용을 보면 정부는 ‘10+2’과 관련해 통상절차법을 처리했고 나머지도 거의 모든 내용들을 성의를 갖고 합의한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그런 사항들이 이 문제를 진전시키는 데 전혀 고려되지 않아 참 당혹스럽다”며 다소 불만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안을 파기한 데 대한 임 실장의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회동을 비공개로 전환한 뒤 추가 논의를 진행했다.